오사마 빈 라덴이 육성으로 미국에 대한 항전에서 이라크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혀 이라크 문제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미국으로서는 9·11 테러 참사의 배후로 알려진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인 그가 이라크와 연대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이라크 공격 명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추가 테러 위험이 그만큼 높아져 전쟁 준비 과정에서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높아졌다.
알 카에다와 이라크전
아랍어 위성 방송 알 자지라는 11일 군복에 흰색 터번을 두른 빈 라덴 자료사진을 배경으로 빈 라덴이라고 소개한 남자의 육성 녹음 테이프를 방송했다. 미국측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진짜 빈 라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빈 라덴은 녹음 테이프에서 "이라크인들은 미국인과 미군을 상대로 자살 공격을 수행하라"고 촉구하고 "미군이 두려워하는 시가전과 장기전, 근접전을 활용하라"는 구체적인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특히 사담 후세인 대통령 등 이라크 정부에 대해 예전처럼 "이단자들"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매우 이례적으로 "나의 추종자들은 당분간 그들과 협력하는 것이 옳다"고 밝혀 이라크 지원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또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협력하는 자들은 모두 이슬람의 배교자"라고 경고했다.
분석가들은 이라크와 알 카에다가 연계됐다는 미국의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빈 라덴이 이 같은 메시지를 내보낸 동기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면서도 메시지가 걸프 지역에서 이슬람교도들의 반미 행동을 부추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날 상원 정보위에 나와 "알 카에다 잔당이 생화학무기와 '더러운 폭탄'을 이용해 미국을 겨냥한 대규모 후속 테러를 이번 주에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여전한 반전 기류
프랑스를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이라크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 공격을 결의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TF1 TV와의 회견에서 프랑스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러시아는 프랑스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느끼기에 비합리적인 무력 사용을 초래할 계획이 세워진다면 우리는 프랑스와 함께, 혹은 단독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방패'를 자원한 외국인 14명이 이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특사인 로저 에처가레이 추기경도 평화적 사태 해결을 위해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막바지 전쟁 준비
미국은 지상전이 시작된 지 48시간 이내에 후세인 대통령을 살해하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미군은 후세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후세인이 사망했다는 신빙성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라크 국민의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해 이 같은 전략을 수립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군은 11일 민간 항공기들을 이용해 걸프 지역으로 수천 명의 병력을 추가 투입하기 시작했다. 수송사령부는 약 3,750명의 군인들을 태운 15대의 민간 항공기가 미 동부 지역 3곳과 유럽 1곳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