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세종문화회관 '양반전' 공연에서 규수와 머슴 역으로 처음 호흡을 맞췄죠." 22일부터 3월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창작뮤지컬 '장보고'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박철호(44)씨와 연인 버들아기 역을 맡은 강효성(40)씨의 인연은 20년이 넘는 둘의 뮤지컬 배우 경력만큼 오래다. 공통점도 많다. 박씨는 고등학교 때 성악콩쿠르에서 금상을 받는 등 성악도를 꿈꾸다가 부모님의 반대로 국문과에 진학한 후 노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강씨도 노래가 좋아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시 뮤지컬단)에 입단해 주역으로 활동했다. 두 사람의 가무단 입단 시기는 달랐지만 박씨가 1984년 뮤지컬 '달빛나그네'에서 왕자 역, 강씨가 같은 해 뮤지컬 '춘향전'에서 춘향 역을 각각 맡는 등 주역 데뷔 시기는 같았다.두 사람은 지난해 파리 공연 때부터 '장보고'에서 호흡을 맞추어 왔다. 95년 초연 이후 오랫동안 장보고 역을 맡았던 탤런트 임동진(58)씨가 버들아기를 자연스럽게 안아주는 원숙한 연기를 선보였다면 박씨는 "힘있게 안아주는" 열정적 사랑을 보여준다. 강씨가 "연습 때 아프더라"고 웃을 정도다.
강씨가 맡은 버들아기는 장보고와 동향 출신인 가상 인물로 어릴 때 해적에게 납치돼 중국으로 끌려갔다가 갖은 위기를 넘기고 장보고와 만난다. 97년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받은 뮤지컬 '블루 사이공'에서도 96년 초연 이래 지금까지 김 상사를 기다리는 청순한 베트남 처녀 '후엔' 역을 맡았던 강씨의 버들아기 역은 한국적 여성상에 충실하다. 그는 무대에 서면 불혹의 나이라고 느끼기 힘들 만큼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박씨는 강씨에 대해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라고 치켜세운다. 그러나 여배우에게 기회인 30대를 관 단체에서 머문 데 대해서는 "훨씬 많이 알려질 배우인데…"라는 아쉬움도 덧붙였다.
박씨는 사극 '무인시대'의 박존위 역을 맡는 등 탤런트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본인은 뮤지컬에 보다 큰 애착을 갖는다. 95년 KBS '인간극장'에서 마지막 황손인 이석 역을 맡아 TV로 진출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뮤지컬 배우로 남아 제1회 뮤지컬 대상을 받았다. 최근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주역을 맡았다. 그는 "TV는 눈동자 움직임도 보일 만큼 섬세한 연기를 요구하는 반면 무대는 감정의 폭이 크고, 힘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대극장의 창작뮤지컬 '장보고'는 해상왕 장보고의 삶과 사랑과 죽음을 2시간여 동안 펼친다. 이 작품에 대해서 두 사람은 "양악기와 국악기가 어울리는 음악이 매우 좋다"며 "극단이 1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다듬은 작품이라서 다른 창작 뮤지컬에 비해서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02)762―6194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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