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2월12일 독일 수학자 리하르트 데데킨트가 85세로 작고했다. 데데킨트는 스무 살쯤 손위인 에른스트 쿠머와 함께 근대 정수론(整數論)의 토대를 닦은 사람이다. 가우스 이후 잠시 수학자들은 정수론에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수학사에서 데데킨트라는 이름은 '이데알' '데데킨트의 실수(實數)' 같은 개념들과 관련이 있지만, 기자 자신에게도 낯선 이 개념들의 정의를 수학사전에서 베껴 여기 옮겨놓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 개념들을 이해하자면 환(環)·영원(零元)·절단(切斷) 같은 개념들의 이해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 모든 개념들의 정의를 옮겨놓자면 신문 한 면으로도 모자랄 테니 말이다.죽기 직전까지 일선 수학자로 활동했던 덕에, 데데킨트는 적어도 두 세대 이상의 수학자들에게 살아 움직이는 신화로 군림했다. 데데킨트의 1주기 기념 강연에서 그의 제자인 에드문트 란다우는 이렇게 말했다. "데데킨트는 위대한 시대의 마지막 영웅이었습니다. 그 분에게 배운 것은 우리들만이 아닙니다. 우리 스승들도, 그리고 그 앞의 스승들도 그 분에게 배웠습니다."
데데킨트 생전에 이미 그의 이론이 수학도들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그가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당대인들도 많았다. 실제로 데데킨트가 죽기 12년 전에 한 출판사에서 낸 '수학자들을 위한 달력'은 그가 1899년 9월4일에 작고했다고 적었다. 이 달력을 본 데데킨트는 편집자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혹시 9월4일이라는 날짜가 옳은 것으로 드러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해는 확실히 틀렸습니다. 내가 기록해놓은 메모를 보니, 나는 그 날 대단히 건강한 상태로 할레의 친구 게오르크 칸토어를 점심 식사에 초대해 '체계와 이론'에 대해 즐겁게 토론하고 있었더군요."
고 종 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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