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가는 길. 그러나 왠지 낯설다. 다리도, 배도 아닌, 길을 따라 들어가는 섬. 웅도(熊島·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는 반쪽 섬이다. 시간적으로 절반은 육지에 붙었다가 절반은 섬이 된다. 간만의 차이 때문에 바닷길이 열린다. '모세의 기적'이라고 표현하기엔 섬이 너무 작다.해안선을 빙 둘러봐야 고작 5㎞. 부지런히 걸으면 1시간이면 족하다. 주민은 150명(2001년 기준) 정도다. 어느 집 부엌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서로 훤히 안다. 작지만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대규모 방조제와 간석지,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공단이 밀집한 서산땅에서 기적처럼 원시의 섬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이 이름을 붙였을까. 가로림만(加露林灣)은 이름만으로도 아름답다. 바다의 이름이면서 '이슬이 촉촉한 숲'이다. 웅도는 가로림만에 들어있는 대표적인 섬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곰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웅도는 만조 때에는 물에 갇힌 섬이지만 간조 때에는 갯벌에 둘러싸인 섬이 된다. 그래서 웅도는 갯벌을 먹고 살아간다. 굴과 바지락이 웅도 주민들의 가장 중요한 생계 수단이다. 날이 따뜻해지면 낙지도 많이 난다.
물이 빠지면 주민들은 양식장으로 간다. 특이한 것은 소달구지를 타고 간다. 다른 갯벌에서 볼 수 있는 경운기나 4륜 구동차가 아니다. 달구지 가득 채취한 굴과 바지락을 싣고 넓은 갯벌을 다시 건너온다. 많을 때에는 30여대의 소달구지가 갯벌을 왕래한다. 평화로운 모습이다. '왜 아직도 달구지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하다. '고장이 안나니까.'
웅도에는 여관이나 식당은 물론, 구멍가게도 없다. 호사스럽고 요란한 여행을 원하는 나그네는 사절이다. 바다와 갯벌의 정취에 푹 젖는 것만을 원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갯벌에 닿는 길은 두 곳이 있다. 남쪽 포구와 서쪽 갯벌 진입로이다. 남쪽 포구에는 방파제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방파제 끝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다. 앞으로 매섬이 눈에 들어오고 태안반도의 끄트머리가 아련하게 펼쳐진다. 물이 빠져 발목이 잡힌 조각배들이 갯벌 위에 널부러져 있다. 몽환적인 풍광이다.
서쪽 갯벌 진입로는 모래 해변으로 시작한다. 자동차 10대 정도가 주차할 수 있는 작은 모래밭이 있다. 모래밭은 곧바로 갯벌로 변한다. 갯벌의 소달구지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모래밭 한쪽에서 쉬고 있는 소가 마른 풀을 우물거린다. 웅도 여행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해산물 채취. 굴과 바지락이 널려 있지만 모두 주민들의 것이다. 묶고 있는 민박집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아니면 소뿔에 받힐 수도 있다.
/서산=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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