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가 마련한 '쌀 정책 방향 보고서'는 2004년 쌀시장 추가 개방에 대비한 쌀 공급과잉 해소와 답보 상태에 빠진 대북 관계를 동시에 풀어보겠다는 이중 포석이다. 농산물 개방 대책은 노무현(盧武鉉) 당선자가 취임 직후 대북 핵 문제와 함께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다. 노 당선자는 농산물 개방, 특히 쌀 개방화에 대해서는 줄곧 '최대한 관세화 유예 입장을 견지하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쿼터와 관세감축을 최소화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그러나 국제 농업 문제의 현실은 추가 개방을 피할 수 없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인 케언즈 그룹은 모든 농산물 수입관세를 5년간 25%이하로 낮추는 급진적인 관세 상한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런 대세에 밀려 정부는 지금까지 점진적 개방 원칙 입장에서 선회, 10일 평균 관세 36%, 농업 보조금 55% 감축안을 처음으로 WTO에 제출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노 당선자의 농정 정책도 점차 '경쟁력 있는 농가만 선택적으로 살리는' 적자생존의 원칙으로 전환해 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생산조정제와 친환경 농업직불제 시행이다.
생산조정제는 비경작지에 대해 1㏊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불하는 제도로 올해부터 실시한다. 친환경 농업직불제도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사실상 농업 포기 농가에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정부는 이처럼 WTO가 허용하는 허용 보조를 통해 영세 농가의 경작 포기를 유도하고, 3㏊ 이상의 경쟁력 있는 농가를 선택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겠다는 것도 쌀 개방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DDA협상이 적용되는 2006년부터는 농업 보조금이 최소 3,000억에서 최고 8,000억까지 줄 가능성이 높아 추곡 수매액이 사실상 유명무실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추곡 수매제를 폐지하고 비축 목표를 정해 놓고 시가로 쌀을 매입했다가 방출하는 공공비축제 실시를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이런 농업 구조조정에도 쌀은 안보 식량이라는 점에서 생산량을 급격히 감축할 수만은 없다. 이런 애로점을 대북 쌀 지원이라는 돌파구를 통해 해소해 나가겠다는 것이 이번 인수위 쌀 정책의 기본 골격이다. 특히 DJ 정부와 현대의 대북 지원으로 더 이상의 현금 지원이 힘든 상황에서 쌀 대북지원은 유일한 대북 유화책으로 꼽히고 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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