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10일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정책과 관련, "가야 할 길이라면 꾸준히 가되 수준과 시기의 완급은 대화를 통해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노 당선자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의 집무실에서 손길승(孫吉丞) 신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예방을 받고 "앞으로 자주 대화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언급은 재벌개혁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나가되 재계의 자율적 변화노력을 적극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속도와 폭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당선자는 "경제정책 방향은 민주당의 정책기조를 견지해나갈 것이며 그것을 알고 추진할만한 인식과 의지를 가진 사람을 기용하겠다"면서 "다만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재벌정책을 둘러싼 재계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간 갈등과 관련, "송구스럽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본인들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재계에서도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노 당선자는 "개인적 견해를 가지고 한 두 사람 그렇게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며 "오래전 나에 대한 인식이나 고정관념을 갖고 개인적으로 발언한 것을 전경련 전체의 의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어 "그런 인식이 있더라도 풀고 걱정 없도록 하겠다"며 "누구라도 기업이 잘되는 것이 국익이라고 생각하니 서로 잘 조율해보자"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또 "노 당선자가 신념과 리더십을 발휘하면 5년간 소득이 배가되고 우리 경제의 선진권 진입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재계도 스스로 변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면담에 앞서 손 회장은 노 당선자의 자서전인 '여보 나 좀 도와줘' 내용 중 일부를 거론하며 "책에 나온 여러 장면 중에서 호롱불, 핫바지 등 어릴 적 봤던 것들이 재연된 것을 보고 깊은 정감과 진솔함을 느꼈다"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두 사람의 면담은 약 54분간 진행됐으며 노 당선자는 "요즘 다들 어렵게 생각하는데 전경련 잘 운영해서 국가경제나 여러 분야에 기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 회장도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건설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에 전경련도 동참하고 싶다"며 새정부 경제정책에 적극 협력할 뜻을 전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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