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이용호 게이트'가 '김영준 게이트'로 확대 재생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D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인 김영준(金榮俊·42·구속)씨가 뒤늦게 정·관계 로비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여·야 정치인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검 중수부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 당시부터 이용호(45·구속)씨의 정·관계 로비 리스트를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아온 인물.그는 6개월 동안의 도피 끝에 지난해 1월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에 검거됐으나 사전에 관련 물증을 깨끗이 폐기, 특검팀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당시 특검팀은 김씨의 자백 확보에 실패, 김씨를 배임 등 혐의로 기소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김씨의 이름은 수원지검 특수부의 D금고 900억원 불법대출 수사 와중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김씨가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에게 통신업체 헐값 인수 청탁과 함께 1억2,000만원을 건넸다"고 자백했던 것. 서울지검의 '진승현 게이트' 수사 당시 '버티기'로 일관, 구속을 면했던 김 의원은 결국 4일 구속됐고, "한나라당 이양희(李良熙) 의원에게도 D금고 감사 무마 대가로 수천만원을 줬다"는 김씨 진술로 이 의원도 10일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김씨의 동업자들도 '김 게이트' 구체화에 일조하고 있다. 당장 김 의원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주)고제의 부도를 막아주는 대가로 이 회사 사주 김천호(42·구속)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아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김원길(金元吉) 의원에게 500만원씩 전달했다"고 주장한 상태다. 김천호씨 역시 '이 게이트'의 핵심 연루자로 알려져 있으며 1년 이상의 도피생활 끝에 지난달 검거된 '요주의' 인물이다.
"박지원(朴智元)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휴먼이노텍 회장 이성용(40·구속)씨도 김영준씨와 주가조작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김씨 등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계속 입을 열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 한동안 정치권의 이목이 수원지검에 집중될 전망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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