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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에 세번째 솔로앨범 내는 전인권 / 홀로 선 노래의 "활화산" "폭발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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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에 세번째 솔로앨범 내는 전인권 / 홀로 선 노래의 "활화산" "폭발은 멈추지 않는다"

입력
200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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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배신감을 느낍니다. 사실 들국화의 전인권이지 솔로 전인권은 아니거든요."1989년 들국화 고별 콘서트 때 거짓말까지 해서 학교를 빼 먹고 공연을 봤다는 30대 초반의 한 들국화 팬의 말에 전인권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다른 멤버들은 여건이 안 되니 나 혼자서라도 해야지요. 요즘 우리 가요에 진실성이 있나요? 노래를 듣는다는 건 사실 가수를 훔쳐보는 재미인데, 나야 구경하기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진실한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

전인권이 돌아왔다. 들국화라는 무거운 짐을 잠시 벗어 둔 채 솔로 전인권으로. 지금까지는 "'행진'이나 '사랑한 후에' 같은 노래보다 더 좋은 노래를 부를 자신이 없어서 감히 새 노래를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그가 89년 낸 2집 '지금까지 또 이제부터' 이후 14년 만에 새 앨범을 낸다. 22일 저녁 7시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대형 공연도 가진다. 가수 데뷔 30년, 2,801회의 공연 기록을 가진, 50살 먹은 가수를 훔쳐 보는 재미는 어떤 것일까.

"새 노래 '코스모스'는 떠나 간 아내에 대한 사랑 노랩니다. 집사람이 3년 전 집을 나갔고 곧 이혼했죠. 딸(21)과 아들(12)은 나와 지내고 있고… 항상 옆에 있던 아내가 없으니 사랑이라는 게 뭔지. 책임감 같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든 곡이에요." 그는 아내가 '힘든 것 참아내고 견디고 또 힘들어' 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고 노래한다. '너의 하얀 얼굴/너의 지친 얼굴/지쳐 가는 네 얼굴에/내 맘은 아프고' 라고 뒤늦게 속마음도 쏟아낸다.

'노래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곡도 있다. '나의 아픈 기억이/모두 사라질 때까지 나는/노래하겠다/아픔이 올 때마다/노래하겠다 노래하겠다'라는 노래에서는 30년 동안 노래하고도 아직 노래에 대한 열정이 살아서 꿈틀대는 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김민기의 '봉우리'도 불렀다. "요즘 다시 김민기씨에게 푹 빠져 있다"는 그는 "그 분이야 말로 천재이자 가장 부지런한 음악가"라고 평가한다.

사자머리에 검정 양복을 왜 고집하느냐고 물었다. 사진 촬영에 앞서 "머리 모양이 좀 죽어 있는 것 같지 않아?"라며 연신 머리카락을 다듬는 모습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다가 던진 질문이다. "나도 10년 넘게 코디도 있고 단골 미용실도 있다"며 멋쩍어 하면서 "앙드레 김이 흰 옷만 고수하듯 검정 양복이 내 스타일이고, 머리는 내가 아무리 거울을 봐도 이 스타일이 제일 잘 어울린다"고 고집을 피웠다.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그의 카리스마를 이번 공연에서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는 "들국화 1집 때보다 더 힘 있는 노래를 들려 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후배 가수인 윤도현, 김종서의 축하무대도 준비돼 있다.

"70년대 언젠가 누가 가수 시켜주겠다는 걸, 매일 '명랑운동회' 같은 데 나가서 달리기 해야 할까 봐 그만 둔 적이 있어요. 요즘 가수들 보면 이름만 바뀌었지 매일 명랑운동회 나가기 바빠." 값진 충고이지만 정작 후배들과 만나면 그저 어깨를 툭 치며 "산에 좀 다니라"고 말하는 게 전부이다.

"나이 들면 가수들은 딱 두 가지에요. 가요무대에 서거나 아니면 그냥 허전하게 사는 거지. 난 둘 다 싫어"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 요량? "프로 도박사가 꿈이지. 65살 전에 230억원 모아서 어디 외국 나가서 하루에 1,000만원씩 쓰면서 한 25년 동안 놀다가 죽는 거지요. 대마초도 하고. 멋있지?"

그래서일까,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은 자신의 노래 '그것만이 내 세상'을 그림자처럼 끌고 있었다. '그래 아마 난 세상을 모르나 봐/혼자 이렇게 먼 길을 떠났나 봐/ 하지만 후횐 없지 울며 웃던 모든 꿈/그것만이 내 세상.'

공연문의 (02)3272-2334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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