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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불편한 노인 계실땐 집 이렇게 바꿔요/문턱 없애고 곳곳 손잡이 욕실엔 미끄럼 방지 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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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불편한 노인 계실땐 집 이렇게 바꿔요/문턱 없애고 곳곳 손잡이 욕실엔 미끄럼 방지 타일

입력
200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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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6개월간 병원에 입원해 있던 친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김모(50)씨는 최근 남편의 동의를 얻어 집을 크게 뜯어 고쳤다. 우선 휠체어를 탄 어머니가 집 안에서 움직이기 쉽게 모든 문을 슬라이딩도어로 바꾸고 문턱을 없앴다. 또. 화장실에 미끄럼방지 매트를 깔고 침대, 욕조, 세면기 옆에는 핸드레일(손잡이)을 설치했다. 가족들이 없는 낮 동안 휠체어를 탄 채 간단한 식사준비가 가능하도록 싱크대 아래 공간도 없앴다.최근 대규모 실버타운 설계때 도입되던 노인용 공간배치 개념을 원용해 개인 주택을 리노베이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노인들의 신체적 특성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주택은 노인들이 자립생활을 계속하는데 필수적일 뿐 아니라, 낙상이나 화상 등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서울 신당동, 분당 등에 자리잡은 실버타운 시니어스타워의 설계를 맡았던 김용만 한빛디자인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데다 균형감각, 시력, 청력 등 신체적 기능이 떨어진 노인을 위해서 방의 배치, 방문 넓이 뿐 아니라 벽지, 전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신체기능이 정상인 사람을 모델로 지어진 주택은 노인에게 커다란 장애로 여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로부터 노인용 주택 개조시 고려해야 할 점을 들어봤다.

현관 현관 열쇠는 조작하기 쉽도록 큰 것으로 하며, 손잡이도 둥근 것 보다 수평 레버식으로 해야 쉽게 여닫을 수 있다. 쇼핑을 하고 돌아온 경우를 위해 현관 바깥쪽에 짐을 올려놓을 수 있는 선반을 설치하면 좋다. 청각이 약한 노인을 위해서는 초인종을 누르면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오는 장치를 한다.

문 휠체어를 사용하는경우 폭이 180㎝ 이상의슬라이드도어를 설치하고 문턱을 없애는 것은 기본. 여닫는 문인 경우, 안으로 미는 문보다 바깥 쪽으로 당기는 문이어야 한다. 방안의 노인이 문 옆에 쓰러진 경우, 문을 억지로 열다가 몸에 부딪혀 더 심한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욕실 미끄럼방지타일을 깔고 샤워 부스 내에 의자를 놓아 체력이 떨어지는 노인이 앉아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욕실내 공간은 휠체어가 회전할 수 있도록 지름 150㎝ 이상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휠체어에서 변기로 몸을 옮길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핸드레일을 설치한다. 이때 왼쪽 마비가 있는 경우라면 오른 쪽에, 반대의 경우에는 왼쪽에 핸드레일을 설치한다. 휠체어를 탄 채 세면기를 이용할 경우를 위해 세면기 밑을 비워두고, 거울도 벽면에 똑바로 설치하는 것보다, 약간 기울어지게 설치해야 앉아서도 거울을 볼 수 있다.

부엌·세탁실 혼자 생활하는 노인을 위해서는 싱크대밑을 빈 공간으로 두어 휠체어를 탄 채 조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빨래 건조대를 전동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장치를 하면 독립생활에 도움이 된다. 싱크대나 가열대는 일반 성인용보다 낮은 것이 좋으며 높이는 82∼86㎝ 정도가 적당하다.

조명 노인이 되면 눈이 침침해지기 때문에 실내 조명을 일반 주택의 2배 정도 밝게 해야 한다. 일반 주택의 조도가 보통 400룩스 정도인 만큼 700룩스 안팎이 적당하다.

가구 책상, 식탁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야 노인들이 부딪혀 다치는 위험이 줄어든다. 그러나 모서리를 전부 둥글게 처리하면 손의 촉각이 떨어지기 쉬워 최근 선진국에서는 90도 직각과 라운드형의 중간으로 예각처리하고 있다. 예각모서리를 짚었을 때 촉각도 느껴지고 치매예방에도 좋다.

평소 건강이 나빠 갑작스런 사고에 대비해야 하는 경우라면 생활리듬센서를 설치해 둘 만 하다. 생활리듬센서는 노인이 5분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경보음을 울려 다른 가족들에게 알려주는 장치이다.

김 대표는 "노인용주택은 기능적인 편리뿐 아니라, 노인들의 심리적 상태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인들은 자신의 노화현상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주택을 지나치게 개조하면 오히려 자신의 신체적 허약성을 환기해 정서적으로 충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 실버타운 통로 전체에 핸드레일을 설치했더니 입주자들이 "여기가 병원이냐'고 반발해 핸드레일 공사를 다시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日·스웨덴 "문턱없애기" 운동

고령화율 1, 2위를 다투는 일본과 스웨덴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단어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이다. 휠체어를 탄 노인들이 집안 뿐 아니라 거리·공공시설 등 어디에서나 불편없이 다닐 수 있도록 모든 문턱을 없애자는 캠페인으로 시작된 '배리어 프리'는 이제 장애노인에 대한 차별의식까지 없애자는 '마음의 배리어 프리'로 확산되고 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지 않고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배리어 프리'는 개인 생활의 편의라는 측면뿐 아니라 장애노인 보호를 위한 사회적 비용 절약이라는 의미까지 담겨있다. 노인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되고 이로 인한 간호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가장 심각한 노인문제는 '네타키리' 노인을 위한 간호 비용이다. 네타키리는 골절이나 질병으로 한번 자리에 드러누웠다가 근육이 퇴화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가족이나 간호인의 도움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게 된 노인으로, 20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일본에서 네타키리 노인이 많은 데 대해 비좁고 활동하기 불편한 일본 전통 가옥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스웨덴의 경우, 고령화율이 15%에 달했던 1975년 주택법을 개정해 신축 주택에 대해 전면적으로 '배리어 프리'를 실시하게 했다. 휠체어를 타고도 집안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스웨덴은 다른 고령국가에 비해 노인들의 입원률이 크게 낮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용 주택에 대한 연구와 주택 리노베이션시 배리어 프리 실시가 과제로 제기된다.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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