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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러시아극단 데레보 비언어 신체극 "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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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러시아극단 데레보 비언어 신체극 "신곡"

입력
200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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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끝나자 원형 회전무대에는 일직선으로 배열된 망아지 인형과 모래시계, 그리고 아치에 매달린 앙상한 해골이 남았다. 모래가 흐르지 않아 쓸모가 없게 된 모래시계에는 뭔가 특별한 뜻이 있을 듯했다. 그러나 극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연출가이자 출연자인 안톤 아다진스키의 대답은 "어, 고장났네요"였다.러시아 극단 데레보가 5∼9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린 한국 초연작 '신곡'은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아방가르드(전위예술) 비언어 신체극이다. 기존 관객석을 폐쇄하고, 네 부분으로 나눠 390석의 객석을 함께 배치한 원형 무대. 머리를 완전히 민 남녀 2명씩의 배우는 1시간 30여분 동안 위, 아래, 옆 어디서든 튀어 나온다. 검은 양복 차림인 아다진스키의 등장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알몸으로 사타구니에 종을 매달고 등장하는 남자, 가슴을 드러낸 채 수염과 뿔이 달린 사티로스(반인반수) 같은 모습의 여자는 관객을 당혹스럽게 한다. 여기에 웃음을 부르는 광대의 익살스런 행동이 버무려진다.

음악을 이용한 장면 전환, 색감의 대비가 강렬한 무대는 관객을 잡아 끌어 등장인물의 사후세계 여행에 동참하는 기분을 안긴다. 눈물을 비처럼 뿌리는 마임, 관객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는 시골마을 잔치 등도 좋은 양념이다.

죽음, 탄생, 결혼 등 삶의 여러 과정을 형상화하면서 즐거울 때는 젓가락 행진곡이나 바그너의 음악, 지옥과 혼돈을 연상시키는 대목에는 여러 효과음을 합성해 사용한다. 한국의 구음(口音)도 포함됐다. 극의 구성에 도움이 돼서 썼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는게 연출가의 설명이다.

우리 마당놀이와 흡사한 서양 전통극에 발레나 마임 등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조합했다.상징과 은유가 난무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느낌이지 해석이 아니다. "내가 말로 해석하는 순간 관객이 받은 느낌은 사라져 버린다"는 연출가의 말 그대로다. 머리를 깎은 이유는 그저 "관객을 집중시키기 위해서"였다. 기독교 요소를 활용한 데 대해서는 "종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다 있다"며 끝내 완전한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작품을 만들면 해석은 평론가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며 웃던 한 작곡가처럼.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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