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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美軍 철수요청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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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美軍 철수요청 결정"

입력
200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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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라크전 종전 직후에 미군 철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9일 왕실 내부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이 신문에 따르면 압둘라 왕세제를 비롯한 사우디 왕실 지도부는 이미 지난달 미군 철수 및 이를 계기로 의회 선거 등 일련의 민주적 개혁 조치를 실시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특히 미국이 이라크를 무장해제하는 것과 동시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미군 철수를 공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전통적 우방으로 미군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이슬람 성지인 메카 인근 등에 주둔하기 시작해 국민들과 아랍권 주민들의 반발을 사왔다.

전문가들은 정권 유지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미군 철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국을 혐오하고 정부가 미국의 지시를 그대로 따른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민주적 선거 제도 도입 등을 통해 보수 이슬람 성직자층의 강력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라크전 이후 미국의 중동권에 대한 영향력이 충분히 확대된 상황에서 뒤늦게 개혁을 추진할 경우, 실업률 증가 등으로 불만이 높은 국민들에게 오히려 미국의 꼭두각시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왕자는 "이라크전 종전 직후가 미군 주둔 종료에 합의할 최적기"라며 "미군 철수를 통해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것이야말로 테러와 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측 관계자들은 "철수 얘기를 들어본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무부 출신 한 중동 전문가는 "미국의 안보 우산 속에 사우디의 석유 수출선이 보장된다면 미군 주둔과 상관 없이 양국 관계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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