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기유학 보냈더니 현지수업 못따라가… 방학중 "국내과외" 유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기유학 보냈더니 현지수업 못따라가… 방학중 "국내과외" 유행

입력
2003.02.10 00:00
0 0

"영어 배운다고 조기유학 가더니 이제는 한국와서 영어과외라…."중학교 3학년 때 호주 시드니로 건너가 고교를 다니던 김모(17)양은 올 방학 동안 귀국, 영어과외를 받았다. 3년 가까이 외국생활을 해서 듣기나 말하기는 비교적 능숙하지만, 작문에서 문법에 어긋나는 표현을 구사한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기 때문이다. 김양은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가량 유학 준비학원에서 토플 교재로 문법을 집중 학습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중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나 우리 돈으로 한해 학비만 2,000여만원이 넘는 상류층 특수학교에 다녔던 유모(12)군 역시 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과외를 받고 있다. 국내 명문대학의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중국인으로부터 개인지도를 받는 유군의 어머니(39)는 "회화위주의 현지학습만 받아서인지 중국어학습에 필수적인 고사성어나 중국문화 등에 어두운 점을 보완해주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국내 명문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일시 귀국, 과외를 받는 경우도 많다. 2년 전 캐나다로 유학했으나 내년에 국내 외국어고로 역유학할 예정인 진모(16)군은 학원강사로부터 고교과정 수학을 미리 배우고 있다. 현지 중학교의 학습수준만으로는 사실상 고교2학년 수준 이상으로 출제되는 국내 특목고 입시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진학을 위해 국어나 국사, 한문, 사회 등을 별도로 배우는 현상도 크게 늘고 있다. K고교 이모(38)교사는 "일부 조기유학생들은 맥락을 모른 채 단어 뜻대로만 직역해 작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조기유학생의 '방학 과외'는 서울 강남 등지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지 오래다. 대치동 학원가에는 이들만을 위한 '유학생 단기 집중학원'도 곳곳에서 성업중이다. 인터넷 과외알선업체 '과외 1번지'의 한 관계자는 "단기 과외선생을 찾는 문의가 최근에는 분당, 평촌, 일산 등 신도시에서도 많이 온다"고 말한다.

이들을 위한 과외는 1주일 2회에 50만원 미만은 거의 없다. 과외교사가 될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롭다. 과외알선업체 '에듀닷컴'의 한 관계자는 "외국어교사로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현지 교환학생이나 유학 경험이 있는 학위소지자가 인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교육학과 백순근(白淳根) 교수는 "어린나이에 현지 적응도 힘든데 우리와 체계가 완전히 다른 교과과정을 제대로 따라가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라며 "부모들의 강박증과 불안이 아이들을 조기유학과 방학 중 귀국과외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