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그림 김규현 정신세계사 발행·1만8,000원티베트는 흔히 친숙하게 여겨지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안다고 해야 고작 불교 국가, 달라이라마,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바라는 나라 정도에 그친다. 티베트를 두고 아직 '신비의 땅'이라고 하는 것도 잘 모르는 데서 나온 소리다.
티베트 연구가인 저자는 10년의 노고를 녹인 이 책을 통해 티베트의 역사와 진면모를 보여준다. 책은 변종 원숭이가 얄룽 계곡의 공포리산 동굴에서 바위 정령을 만나 여섯 마리의 자식을 낳아 기르고 이들이 오백 마리로 번성한 뒤 스스로 진화해 티베트 민족인 뵈릭 민족의 조상이 되었다는 신화에서 출발해 얄룽·투뵈 왕조사를 거쳐 티베트 정부의 망명과 독립운동 등 현대사까지 다룬다.
특히 여행기 분위기를 진하게 풍겨 시간대별로 나열하거나, 사실 위주로 기술한 역사서의 고리타분함에서 벗어나 있다. 라사의 티베트대에서 목판화와 탕카(탱화)를 공부했으며 수차례 티베트를 직접 여행한 경험을 살린 저자의 글에서 티베트 각 지역에 남은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산책'이라는 제목답게 라사로 가는 길 등을 소개해 여행 안내서로도 모자람이 없다.
부록으로 담은 티베트 역사 연표 돈황출토본 토번역사 고문서 티베트 관련 도서 목록 등도 귀중한 자료다. 저자는 1993년부터 양쯔강, 황허, 갠지스강과 티베트 고원을 단신 종주한 여행기를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이라는 책으로 낸 바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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