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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反戰' 목소리 내는 美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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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反戰' 목소리 내는 美시인들

입력
2003.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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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수요일(12일) 저녁 워싱턴의 백악관에서는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가 주최하는 미국 시인 초청 심포지엄이 있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취소됐다. 초대받은 몇몇 시인들이 이 자리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항의할것이라고 밝히자, 로라 부시 측이 내린 결정이다.로라 부시의 대변인은 “영부인은 의사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문학행사가 정치성을 띠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본래 이 행사는 ‘시와 미국의 목소리’ 라는 제목으로 에밀리 디킨슨과 월트 휘트먼, 랭스턴 휴즈를 기릴 참이었지만 언제 다시 열릴지 기약이 없게 됐다.

이는 존경받는 시인이자, 유력 출판사 코퍼 캐니언 프레스의 설립자 샘해밀(60)이 백악관의 초대를 거절하고 동료 시인들에게 이라크 전쟁에 항의하는 시와 성명을 보내달라고 이메일을 발송하면서 촉발됐다. 그의 호소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2,000 편이 넘는 시와 성명서가 해밀에게 답지했다. 2월 12일을 ‘전쟁 반대 시의 날’로 선포하고 모아진 시와 성명을 묶어 이날 백악관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지금은 반전을 소리 높여 외칠 때’ 라며 많은 시인들이 해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가 인터넷에 만든 전쟁 반대 사이트(PoetsAgainstTheWar.org)는 반전 시인들의 둥지로 미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동지들이 결집하는 곳이 됐다.

반면 로라 부시의 행사 취소 결정은 “부시 정부는 상아탑에 머물기를 거부하는 시에는 관심이 없으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미국의 소리에는 문을열지 않으려 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미국 작가들은 1965년에도 베트남전에 항의해 린든 존슨 대통령이 주최하는 백악관의 문학행사를 거부한전례가 있다.

고대의 시인은 신성한 사명을 부여 받은 예언자였다. 오늘날 시인의 처지가 비록 예전의 영광만 못하더라도, 이번 미국 시인들의 집단 행동은 시와시인이 여전히 깨어있음을 보여준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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