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끝났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이라크에 대한 최후통첩성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특별보고에 이어 나온 이 성명은 이라크 공격을 기정사실화하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이 야전사령관들에게 화학무기 사용을 승인했다"고 비난하고 "이라크가 마지막 기만 게임을 벌이려 하겠지만 게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부시는 국제사회의 반감을 의식, 이라크 문제에 대한 새 유엔 결의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무장해제 보장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독자행동을 불사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파월도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수 주 안에 이라크 사태는 어떠한 식으로든 결말이 날 것"이라며 "미국은 제2의 유엔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후세인의 축출이 중동질서를 미국과 동맹국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쟁 강행 여론 몰이
미 행정부 관리들은 국제사회의 반전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부시 정권의 수뇌부가 직접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 등의 국가에 대해서는 '특별한 압력'을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지지를 촉구하기 위해 이날 유럽방문길에 오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한 행동에 나설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역설했다. 미군은 이날 이라크 남부에 "우리는 선량한 이라크 국민을 해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을 담은 전단 48만 장을 항공기로 살포하는 등 선전전을 시작했다.
이라크는 다급해졌다. 파월이 안보리 보고에서 제시한 대량살상무기 보유 관련 '증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한편, 유엔 무기사찰단에 적극 협력하는 듯한 제스처도 취하고 있다. 특히 이날 유엔 무기사찰단에 정부 관리가 배석하지 않는 무기 연구 관련 과학자 개별 면담을 허용했다.
8일부터 바그다드에서 사실상 마지막 사찰 활동을 하는 무기사찰단도 "이라크가 전폭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14일 안보리 2차 보고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14일은 이라크 운명의 날?
세계의 시선은 무기사찰단이 사찰 결과에 대해 2차 보고를 하는 14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영국은 이날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승인하는 제2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은 걸프 지역에 최정예 부대인 101 공수사단을, 영국은 공군기 127대와 병력 8,000여명을 각각 추가 배치키로 했다. 터키도 6일 미군 군수 지원 병력 주둔을 허용키로 결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미국의 이라크전 지원 요청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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