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보려고 했다."만화평론가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가 일본 애니메이션 평론집 '아니메 미학 에세이'(바다출판사)를 펴냈다. 아니메는 애니메이션의 일본식 발음. 만화가가 자기 실력을 전부 발휘했는지를 비평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아니메중 유명한 여러 작품의 연출법, 핵심장면, 구도 등의 의미를 다양한 삽화와 함께 설명한 이 책은 일본 만화영화를 종(終) 영원 하늘 바다 등 8가지의 미학 코드로 정리했다. 종의 미학을 첫머리에 둔 것은 전쟁과 패전에 대한 기억으로 '종말'을 테마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3차 대전을 배경으로 구 도쿄가 망하고 네오 도쿄가 건설된다는 구도의 '아키라'를 비롯해 '미래소년 코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북두신권' 등 인기 아니메들에서 종말의 미학을 찾았다. '흡혈희미유''은하철도 999'에서는 억겁의 시간을 숙명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픔과 영원을 추구하는 허망한 욕망이 드러난다.
1990년 이후 채널 서핑, 인터넷 출현, 장르간 경계가 무너지는 크로스 오버 등의 영향을 받은 아니메의 변화 양상과 함께 "지극히 주관적 기준으로 골랐다"는 33편의 베스트 아니메도 소개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몇 년간 압도적이었던 국내 아니메 선풍이 시들해진 지 오래지만, 그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차분히 아니메를 즐길 수 있는 때라고 말한다. 여전히 아니메를 즐기는 국내 팬이 많고, 지난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최우수작품상) 수상에서 볼 수 있듯, 세계적으로 아니메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비평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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