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남방의 불교를 우리는 흔히 소승불교라고 불러 왔다. 그러나 이는 대승불교 시각에서 바라 본 일종의 비칭(卑稱)일 뿐이므로 원래의 이름인 '상좌불교'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특히 10여년 전부터 동남아에서 위파사나 수행법을 익히고 돌아온 스님이나 불자들에 의해 상좌불교가 보급되기 시작해 최근 신자가 1만 명 이상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런 주장이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송위지 서울보건대 교수는 계간 '불교평론' 겨울호 특집 '상좌불교의 이해'에 기고한 글에서 소승불교는 대승불교에 비추어 다른 흐름의 불교를 나타내는 말일 뿐 동남아를 중심으로 실재하는 불교를 지칭하는 용어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좌불교(Theravada Buddhism)는 장로(長老), 또는 상좌(上座)의 불교라고 환기하면서 "상좌불교는 인도 아쇼카왕이 전도사를 파견하면서 성립된 것이 강점이며 대승불교보다 오히려 부처님 시대의 원형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동국대에 유학 중인 스리랑카의 난다라타다 스님은 스리랑카 불교는 교학의 전통이 강하고, 미얀마는 수행 중심, 태국은 계율 중심이라는 특징은 있지만 모두 팔리어 경전과 위파사나 수행법 등 상좌부 전통을 이어왔다고 소개했다.
김재성 고려대장경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상좌불교가 초기 경전에 바탕하고 있어 초기 불교의 가르침을 가장 보수적으로 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상좌불교는 아직 보급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나 동남아에서 비구계를 받거나 위파사나 수행법을 익히고 돌아온 스님과 불자들이 지난 2∼3년 사이에 선원이나 명상센터를 잇달아 개설, 현재 수행기관만 16 곳에 이른다.
가장 널리 정착된 상좌불교 수행법은 미얀마의 위파사나 수행법. 법보신문이 최근 보리수선원, 천안 호두마을, 김해 다보선원 등 수행기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위파사나 수행법으로 정진한 불자나 일반인이 1만 5,0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매주 한 차례 이상 수행기관에 들르는 사람만도 1,000여명에 이른다.
대승불교 전통이 압도적인 국내 불교계는 상좌불교의 이런 급성장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일부 보수파는 소승불교로 폄하하는 반면 화두선과 위파사나가 공존하면서 상좌불교가 새로운 종단으로 성립해도 좋다는 견해도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