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공급물량 감소로 집값 상승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건설업계의 반발과, 선분양제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올려온 건설업계의 관행을 없앨 수 있다는 환영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현행 선분양제와 달리 아파트를 거의 완공한 뒤 분양하는 후분양제에 대한 찬반의견을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 연구원과 대한주택협회 김종철 부회장으로부터 들어본다./송두영기자 dysong@hk.co.kr
● 찬 성/박 재 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0%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절대적인 주택부족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음을 의미한다. 주택정책이나 주택시장 구조도 이에 맞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후분양제의 도입은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선분양제는 후분양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주택시장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이다. 일부에서 후분양제 도입은 주택건설업체들의 자금조달 어려움과 주택분양가의 상승 부담 등으로 업체나 수요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업체는 외환위기 이후 숙원이었던 분양가 자율화를 얻어냈다. 물론 당시 실물경기 회복 차원에서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득이하게 도입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요자들은 아직까지 주택시장 내에서 교섭력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양적인 공급위주에서 질적 수준 제고로 주택정책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제도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후분양제를 단기간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점에 동감한다. 따라서 다음의 세가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분양성이 높은 지역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하여야 한다. 둘째, 주택업체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일정 기간 분양물량의 50% 범위 내에서 주택상환사채 발행을 허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주택업체들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회사의 재무구조보다는 주택사업 자체에 대한 사업성을 기준으로 자금을 조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반 대/김 종 철 한국주택협회 부회장
우리나라의 현행 주택공급제도는 선분양제, 후분양제를 구분하지 않은 채, 주택건설업체가 분양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 준공 전에 분양을 할 수 있는 일정한 조건을 정해 놓았고, 청약자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준공 전 분양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고, 열악한 주택금융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입주자저축제도'의 활성화와 장기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우선공급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선분양제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열악한 주택금융여건 속에서도 주택난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선분양제 덕분이다. 주택건설업체는 부족한 건설자금을 확보하고, 주택구입자는 목돈이 없어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택보급률이 향상됐다고 하나 서울의 보급률은 지난해 말 83.8%에 불과하고, 독신가구 증가 등의 이유로 아직 대량공급이 필요한 실정이다. 새 정부도 매년 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여 주택보급률을 110%까지 제고키로 했는데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이의 달성은 불가능하다.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분양가를 일시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이 분양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주택건설기간을 감안하면 2∼3년간은 공급에 공백이 생겨 일시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자금압박으로 건설업체의 연쇄도산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다. 후분양제를 인위적으로 도입하여 새 규제를 만들 것이 아니라 공급을 확충하고 주택금융을 선진화하는데 주력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후분양이 이루어지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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