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되풀이되지 않는다. 실력이 말할 뿐이다.'한국이 6일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스키점프 K―90 단체전에서 세계 정상급 일본을 꺾고 우승, 스키점프 강국으로 우뚝 섰다. 지난달 타르비시오 동계유니버시아드 K―90 개인·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를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던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이젠 세계 정상을 넘볼 때"라며 자신감에 차 있다. 최돈국 감독은 "일본은 등록 선수가 1,000명으로 7명인 우리에 비해 140배 이상 많다"며 "골리앗을 쓰러뜨리기 위한 치밀한 작전과 훈련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타르비시오의 기적'과 달리 '아오모리의 영광' 정도가 제대로 된 표현이라는 뜻이다.
사실 U대회는 스키점프의 양대 산맥인 일본과 유럽의 강호들이 불참, '기적'이라는 말이 다소 어색했다. 그래도 스키점프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서는 기적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5위수준을 자랑하며 에이스들이 대거 출전한 일본의 코를 적지에서 납작하게 만들며 '괄목 상대'로 떠올랐다. 아사히 등 일본 언론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후나키 가즈요시 등이 분전했지만 안정되고 고른 실력을 보인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날의 승리는 국내 스키점프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했다. 선수 절대 부족은 물론 기량 연마에 가장 중요한 점프대도 1996년 U대회를 위해 무주에 설치된 게 유일하다. 반면 일본은 국제 규격 점프대만 10개가 넘는다. 이날 2차시기 마지막 주자로 나선 강칠구(설천고)는 "국제 대회에 나설 때 마다 시설과 두터운 선수층에 부러움을 느낀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한국 스키점프는 얼마 못가 사라졌을 것"이라며 환한 웃음속에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오모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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