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은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등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특사단에게 한국 정부의 동의를 전제로 주한미군의 지상군 병력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6일 전해졌다.럼스펠드 장관은 3일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 한미 동맹관계를 재조정(rebalance)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데 이에 동의한다"며 한국의 신 정부가 원하면 조지 부시 전 정부 당시 마련한 3단계 감축방안에 따라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관련기사 3면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도 4일 장영달(張永達) 국회 국방위원장 등 미국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세계적인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의 감축 문제가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월포위츠 부장관은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아 미 지상군의 전략적인 재배치를 구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한미군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포위츠 부장관은 "새 전략 하에서 미 지상군의 역할이 줄어들고, 주한미군의 지상군도 감축될 수 있는 만큼 한국군의 방위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프리 데이비스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럼스펠드 장관은 대화 중 한국이 원한다면 미군이 그곳에 주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그 발언은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으나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주한 미군 철수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한국(정부)이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할 것인가는 너무 시기상조의 문제"라며 "지금 미 정부내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럼스펠드 장관은 노 당선자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해 대단히 기뻐하고 있다"며 " 한국이 결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한 미군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당선자측의 관계자는 "특사단이 럼스펠드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주한미군 기지의 재배치가 언급됐으나 철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는 이날 아태정책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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