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투 코엘류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전임자인 거스 히딩크 PSV 아인트호벤 감독에 비해 더 '한국적'인 인상을 풍긴다. 히딩크 감독이 축구 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반면, 코엘류는 한국의 문화와 풍물 등 '사는 모습'에 흥미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려면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지론을 밝힌 그는 "4개월 내에 일상적인 한국어는 마스터 하겠다"고 다짐했다.포스트 히딩크 시대를 열어 나갈 코엘류는 아직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진 않았다. 그러나 최강의 팀을 짜기 위해 프로구단의 모든 감독을 만나겠다는 그의 의욕에선 믿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히딩크도 국민영웅이 되기까지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어야 했다. 프랑스와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잇따라 0―5로 패해 '오대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연인 엘리자베스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한국 축구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느냐는 모욕적 비난을 듣기도 했다.
코엘류도 이 같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언론은 속성상 영웅을 만들다가도 금새 형편없는 지도자로 낙인 찍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항서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전격 사퇴와 같은 최악의 사태가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때문에 코엘류호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를 불러들인 계약 당사자인 축구협회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협회는 우선 감독을 둘러싼 이런 저런 평가에 쉽게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또 월드컵 4강이라는 엄청난 결실 앞에 다소 애매해진 한국 축구의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며 대표팀 차출문제 등과 관련한 원칙을 똑바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가 강해져야 한다. 대화와 타협은 뒷전에 둔 채 독선적인 밀실행정을 일삼는다면 결코 힘을 얻을 수 없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매사 떳떳하고 당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축구계에서 주류니 비주류니 하면서 분란을 일으킨 주된 원인도 바로 일방적이고 투명성이 결여된 협회의 행정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코엘류는 냉정히 말해 우리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외국에서 초빙한 손님이다. 손님을 모셔놓고 싸움을 그치지 않았다면 집안 망신은 더 커진다.
/전 축구대표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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