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0일 오전8시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 213㎞ 지점인 추풍령휴게소. 오전5시30분 서울을 출발한 대형 트럭 운전수 A씨와 같은 시각 부산을 출발한 B씨가 경부고속도로 중간 지점인 이 곳에서 만나 고속도로 통행권을 바꿔치기한 뒤 헤어졌다. 오전10시 언양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면서 A씨가 낸 통행료는 3,300원. 서울을 출발한 A씨가 내야 할 요금이 2만8,500원이었으니 통행권 바꿔치기를 통해 2만5,200원을 번 셈이다. 비슷한 시각 B씨는 오산 톨게이트로 빠져 나오면서 통행료 3,500원을 지급, 2만4,800원을 벌었다. 이런 방법으로 한 달에 10여 차례 통행권을 바꾼 이들은 1년 동안 각각 300만여원의 통행료를 내지 않았고 이 돈은 고스란히 한국도로공사의 손실로 잡혔다.5일 오전8시 같은 방법으로 통행권을 바꾼 A씨와 B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언양과 오산톨게이트를 빠져 나가다가 도로공사 직원의 단속으로 들통이 났고, 통행료의 다섯배에 이르는 벌금 부과와 함께 업무방해혐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됐다.
성행하는 바꿔치기
통행권 바꿔치기를 통해 통행료를 떼먹는 '얌체 운전족'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는 통행권만 받고, 요금은 빠져나갈 때 내는 현행 요금 정산 방식의 허점을 악용,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은 통행요금이 승용차에 비해 1.5배 가량 비싼 대형 트럭과 특수차량 운전수들 사이에서 애용되고 있으며 2, 3년 전부터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례처럼 돼있다.
이들은 출발 전 통행권을 바꿀 상대방과 휴대전화나 TRS(주파수공용통신)를 통해 미리 만날 장소와 시간을 약속한 뒤 현장에서 순식간에 교환한다. 고속도로 상·하행선 모두 진입할 수 있는 추풍령·금강 휴게소 등이 주로 이용하는 접선장소. 최근에는 도로공사 직원들의 단속을 피해 간이버스정류장이나 암거가 설치된 지하통로 등에서도 바꿔치기가 이뤄지고 있다.
카메라 설치 확대
바꿔치기족의 부정행위가 심해지자 도로공사가 극약처방을 내렸다. 전국 주요 고속도로 요금소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도로공사는 최근 경부·중부·영동고속도로 등 주요 고속도로의 35개 영업소, 236개 차로에 '통행권 부정방지 시스템'을 구축, 본격가동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진입 톨게이트 카메라가 통과 차량의 번호와 시간을 파악한 뒤 이를 고속도로의 모든 진출 톨게이트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진출 톨게이트의 요금정산 과정에서 통행권 발급 지점과 전송된 정보상의 출발지점을 비교하기 때문에 바꿔치기 여부를 그 자리에서 알 수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바꿔치기로 연 60억여원의 통행료 수입이 누락되고 있다"며 "앞으로 모든 영업소에 이 시스템을 설치, 바꿔치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