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접근 방법으로 국제적 대화 틀 속의 북미 대화를 언급함에 따라 북미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다자틀 속의 북미 직접 협상 방식은 미 국무부의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이 4일 상오 열린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언급한 뒤 콜린 파월 장관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고위 방미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확인하면서 전면에 부각하고 있다.
'5(안보리 상임이사국)+5(남북한 일본 유럽연합 호주)'나 '4(남북한 미국 중국)+2(러시아 일본)'방식의 다자 협의체가 성립될 경우 어느 정도 북한과 미국의 양자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다. 하지만 국무부 수뇌부의 발언에서는 강조점을 달리하는 미묘한 뉘앙스의 변화가 읽혀진다. 즉 북미 직접 대화 절대 불가에서 그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으로 주안점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단의 일원인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교수는 대북 대화 방식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3단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선 핵폐기 후 대화→다자간 협의→다자 협의 속 양자 대화로 미국의 입장이 점점 유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철(鄭大哲) 대표단장도 "미 고위 관리들과의 대화에서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강도면에서 다소 약해졌다는 뉘앙스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언급만으로 미국의 입장 변화를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청문회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대화의 채널은 열려있다"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변화"라고 잘라 말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그 변화를 재는 척도로서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의 핵 폐기 우라늄 핵 개발 계획 해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전면 협력 핵확산금지조약(NPT) 이행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또 북한의 국제적 핵 의무 준수를 위해 북한에 어떤 보상을 주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조건들은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사실상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다자 협의체 방식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확실한 체제보장책을 마련하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다자 협의체를 강조하는 것은 북한과의 대화를 서둘지 않겠다는 의미와 통한다는 게 한반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아미티지 장관도 이날 "한국 정부가 안정될 때까지는 대북 대화의 시간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북미가 당분간 대화의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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