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승재(7)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정희정(32)씨는 지난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따로 집에서 한글과 셈공부를 시켰다. 그래서 복잡한 받침 외에는 한글도 잘 알고, 두자릿수의 덧셈과 뺄셈도 할 줄 안다. 하지만 왠지 불안하다. 영어 유치원, 초등학교 입학준비만을 위한 유치원 등 다른 엄마들은 훨씬 더 많이 준비를 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역시 올해 처음으로 학부모가 되는 김모(38)씨는 아이가 아직 한글도 떼지 못해 걱정이다. 두렵고도 설레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과연 어디까지 준비시켜 보내야 할까. 동명초등학교 홍순화(洪淳和·45)교사로부터 들어 봤다.학부모들이 대개 '요즘 학교에서는 한글을 안 가르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홍 교사는 "몰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3월 한달동안 '우리들은 1학년'이라는 과목을 통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협동심과 적응 능력을 배운다.
그리고 4월부터 본격적인 교과과정으로 들어가는데 국어의 경우 읽기, 쓰기와 말하기 듣기를 통해 한글 자음과 모음부터 차례로 배운다. 익히는 과정도 이전처럼 '몇 번 써오기'등의 반복적인 주입 대신 유치원식 놀이와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카드게임과 그림, 노래를 통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가지, 가오리 등이 그려진 카드를 뽑아 '가'로 시작하는 단어를 익히는 식이다.
홍 교사는 "통상 10%정도가 한글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입학하지만 1학년을 마칠 때 쯤이면 1% 이하로 줄어든다"고 한다.
숫자는 1학기 내내 0부터 9까지 열 개만 가지고 수업을 진행한다. 재료는 간단하지만 협동과정과 사고력이 필요하다. 전에는 단순히 1+8=9라고 배웠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두 편으로 갈라 0∼9까지 쓰여진 카드 열 장 중 두 장을 뽑아 더해 합이 크게 나오는 쪽이 이기는 식이다.
물론 수준이 다른 아이들을 똑같이 지도하는 것은 아니다. 상위 10%정도는 심화학습을 시킨다. 남들이 '가'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배우면 이 아이들은 거기에 받침이 들어간 단어를 익히는 수준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는 '사회성 부족'이 더 문제가 된다. 교과과정 중 상당 부분이 그룹을 지어 이루어지는 '모둠별 학습'이기 때문이다. 홍 교사는 "머리는 영리하지만 '내가 먼저 하겠다' 혹은 '나만 하겠다'는 독불장군식 태도로 수업분위기를 흐리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고 말한다.
지나친 선행학습은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한글은 줄줄 읽으면서도 '?' '?'등 기본 자음의 쓰는 순서조차 몰라 제멋대로 그리는 아이들이 바로 그렇다. 홍 교사는 "기본적인 사회성과 더불어, '학교는 재미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 선배 학부모 조언
지난해 아들 영중(8)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학부모 이은경(40)씨는 "일단 보내면 한결 걱정을 덜 것"이라고 말한다.
혹시나 싶어 한글도 완벽하게 가르치고 숫자도 100이상까지 알게 했지만 결론은 "영재라고 부를 만한 아이들만 빼면, 교과과정을 마치고 나니 다 비슷해지더라"는 것. 대신 이씨는 "이름과 집주소, 전화번호 정도는 꼭 알게 하라"고 말한다.
길을 잃어버리는 등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다. 또 내 물건과 남의 물건을 구분하는 일도 중요하다. 유치원과는 달리 많은 아이들이 섞이기 때문에 자칫 자기 것인 줄 알고 남의 물건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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