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추락하는 반도체 가격이 마지노선인 개당 4달러 선까지 밀리면서 반도체주에 빨간 불이 켜졌다.4일 아시아현물시장에서 거래된 256M DDR D램(266㎒) 가격은 전일 대비 0.47% 내린 4.17달러를 기록, 4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거래가격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하이닉스반도체는 물론이고 삼성전자마저 생산원가를 밑도는 것이어서 반도체업체들의 상반기 실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도체 가격은 종합주가지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반도체의 가격 하락은 국가대표주인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며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들의 매도를 부추겨 모처럼 상승을 노리는 종합주가지수의 발목을 잡게 된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거래소 기준 12월 결산법인들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10%를 차지했다는 점은 아직까지 한국 증시가 반도체 가격 등락의 영향력 아래 놓였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왜 떨어지나
256M DDR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까지 8.88달러를 기록했으나 3개월 만에 50% 이상 떨어졌다. 이처럼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장기적인 수요 침체와 공급 과잉 때문이다.
올해는 4년마다 일어난다는 PC교체 수요주기여서 지난해 연말과 올 연초에 반도체 수요촉발을 기대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이닉스 등 일부업체들이 DDR D램 생산라인을 추가로 신설하며 제품을 쏟아내 공급 과잉 상태를 유발했다.
또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선도업체들도 256M DDR D램의 주력제품을 기존 266㎒제품에서 속도가 빠른 400㎒제품으로 교체하기 위해 일제히 재고를 쏟아내 가격 하락에 가속도가 붙었다.
언제 회복되나
문제는 4달러선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3달러대까지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과잉이 의외로 심각해 2월말까지는 3달러선까지 떨어지고 3월부터 400㎒ 등 주력제품의 교체가 본격화하면서 새제품에 대한 수요가 일어나면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전망이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이정 연구원은 "중국의 설 연휴기간으로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시장 참여가 일시적으로 제한을 받고 있으며 휴일 이후를 대비해 유통업체들이 재고축적에 나서 가격 하락세가 일시 진정될 수는 있으나 추세는 아니다"라며 "계절적 비수기여서 가격 하락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관련업체들의 상반기 실적 악화가 확실하다는 진단이다. 현대증권 우동제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휴대폰매출이 완충역할을 하고 있으나 D램 반도체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어서 반도체 가격이 3달러선까지 밀리면 상반기 실적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며 "성장모멘텀이 둔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투자전망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30만원대를 밑도는 29만4,000원. 반도체 가격이 주가 상승의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물론이고 종합주가지수는 당분간 힘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비관적인 단기 전망에 비해 장기 전망은 낙관적이어서 다소 위안을 찾을 수 있다.
모건스탠리증권은 올해 세계반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10∼15% 증가할 것으로 내다 봤으며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도 세계시장 규모가 2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분석하면 종합주가지수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때 반도체 가격의 반등세가 함께 나타났다"며 "종합주가지수가 바닥권을 탈출해 상승세를 타려면 D램 가격의 반등세가 나타나야 한다"고 풀이했다.
/최연진기자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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