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주민의 반발로 1984년 이후 19년 동안 5차례나 무산됐던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핵 폐기장) 부지 선정을 강행한 것은 핵 폐기물 처리용량이 포화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그동안 18개 원전별로 각각 임시 보관시설을 운영했으나,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08년이면 핵 폐기물 보관이 불가능해진다. 저장용량이 1만7,400드럼인 울진원전의 경우 지난해말 이미 67%인 1만1,710드럼이 들어차 2008년이면 한계에 도달하고, 영광(2011년), 고리(2014년) 등도 잇따라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원자력은 국내 총 전력의 40%를 공급하고 있다"며 "폐기장 건설에 5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003년 중 부지 선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자부와 한수원은 지난 95년 핵 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로 정해진 굴업도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돼 4번째 부지선정 작업이 무산된 뒤, 폐기장 유치 지역에 대대적인 개발사업을 병행하는 '유치공모' 방식으로 부지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유치공모를 신청한 지역에서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신청이 철회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2001년말부터 전국 108곳을 임의로 선정, 지질이나 원전과의 거리 등을 종합 분석해 이번에 동·서해안 각 2곳씩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산자부와 한수원은 앞으로 1년동안 4곳에 대한 정밀 물리탐사와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동해안과 서해안 각 1곳을 폐기장이 들어설 최종 부지로 선정할 예정이다. 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에 각 3,000억원을 개발사업비로 지원하며, 핵 폐기장 면적의 절반 이상을 녹지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는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이 강력 반발, 폐기장 건설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실제로 후보지 선정발표 직후 환경운동연합 등 21개 단체로 구성된 '핵폐기장 추진 중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부근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가 지역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영광군 핵폐기장 반대 대책위는 "군 이장단 총 사퇴를 비롯, 학생 등교거부, 군민집회, 상경집회 등 핵폐기장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밝혔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영광=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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