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발생한 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폭발 사고가 국내외 반전 기류 확산, 경기 침체, 지지율 하락 등으로 집권 이후 최대 시련을 맞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또 다른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우선 부시 대통령의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야심적인 정치일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의 의회 제출(3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이라크 금지무기 보유증거 제시(5일), 유엔 무기사찰단의 2차 보고서 제출(14일) 등 굵직한 일정들을 위기탈출과 인기회복의 승부처로 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국내외 관심이 컬럼비아호 사고에 쏠리면서 예산안의 의회 통과 추진, 각국 지도자들에 대한 이라크 공격 지지 호소 등의 노력이 빛을 바랠 위기에 처했다. 또 숨진 승무원들의 추모식 참석 등 슬픔과 충격에 휩싸인 미국인들을 위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국난에 가까운 대참사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라크전은 오히려 한가한 이야기 아닌가"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3일 "이번 사고는 이라크전 등 다른 사안들과 별개의 문제이다. 세계평화 유지와 국토안보를 위한 미국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국가적 참사에 대한 초당파적 대처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예산안과 감세안에 대한 민주당의 반대, 이라크전 반전 목소리 등이 잦아들어 부시 대통령에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예산안의 의회 통과까지는 수개월이 남아 있고 이라크전에 대한 실질적인 장애물은 프랑스, 독일 등 우방국들의 반대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고가 부시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