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려로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정부의 고유가대책 시행기준인 배럴당 29달러를 돌파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유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을 가동하기 시작했다.4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고유가로 인해 제품판매에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이미 마련해둔 각종 에너지 절감과 원가 인하방안, 경영혁신 활동 등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올해 유가가 최악의 경우 배럴 당 40달러(두바이유 기준)에 이를 것으로 상정하고 원가절감 등 통상적인 비용절감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무실 조명과 사무기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끄고 스팀과 용수가 새는 것을 막는 등 절전운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유가 및 환율 불안에도 불구, 반도체, LCD, 휴대폰 등 올해로 예정된 대규모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며 소규모 및 경상적 투자는 시기와 상황을 살피며 신축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LG는 계열사별로 대책을 마련해 추진중이다. 원가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LG화학의 경우 올해 에너지 관련 비용을 작년 수준인 약 2,000억원으로 동결키로 하고 폐열회수, 에너지 다소비 공정개선, 신제조 공법도입 등의 경영혁신 활동을 펴고 있다. LG전자는 경영혁신 활동인 '6시그마 운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LG카드는 모든 물품구매를 온라인환경에서 통합 관리하는 '구매비딩 시스템'을 개설, 연간 150억원의 소모성 경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SK는 최근 경영경제연구소 보고서를 통해 각 계열사 경영진들에게 생존전략 차원에서 유가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대차는 고유가가 지속되면 자동차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연비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소형차, 준중형차, 디젤차량의 판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과거 오일 쇼크 때 일본이 연비가 높은 차량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했던 것처럼 고유가가 지속되면 미국 및 유럽 지역에서 소형 및 디젤차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M대우차는 주력 차종 대다수가 고유가에 경쟁력이 있는 경·소형 차종이어서 오히려 제품경쟁력이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스의 재활용도를 높여 중유사용량을 줄이는 에너지 절감 운동을 적극 전개해 고유가에 따른 제품 원가 인상 요인을 흡수할 계획이다.
유가변동에 민감한 항공업계는 이미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대한항공 등 항공업체들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올라갈 때마다 연간 300억원 정도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등 경영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비축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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