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눈으로 그림을 본다? 롯데화랑이 '명화와 의학의 만남' 전을 13일까지 열고 있다. 지난해 말 출간된 법의학자 문국진(78) 박사의 동명 저서에 근거한 이색 전시회다. 최근 미술사에 관한 책이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은 독자적 시각으로 관심을 끌었다.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전해져 온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은 유명 화가들이 즐겨 다룬 소재의 하나였다. 르누아르는 1805년 작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에서 그녀가 혼자 독사의 독액을 넣은 머리핀을 몸에 찔러 자살하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17세기 페라리의 같은 제목 그림에서는 그녀가 죽은 현장에 몸종과 병사들이 함께 있다. 당시 여왕에 대한 방문이 철저히 통제됐다는 점, 그녀의 사망을 묘사한 다른 기록 등에 비추어 클레오파트라는 독사의 독이 아니라 일산화탄소 같은 유독 가스에 중독돼 숨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문 박사는 설명한다.
전시는 서양의 명화 30점을 보여주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것을 의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원화를 들여오지 못하고 아트 포스터와 실사 인쇄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미술에 관한 또 다른 눈을 뜰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02)772―3855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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