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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빛낼 여성 과학자]<2> 이화여대 컴퓨터학과 김명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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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빛낼 여성 과학자]<2> 이화여대 컴퓨터학과 김명희 교수

입력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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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컴퓨터학과 김명희(51) 교수의 연구실에선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볼 수 있다. 3D 안경을 쓰고 컴퓨터 시스템을 작동시키면 버추얼 워크벤치라고 불리는 탁자 위 허공에 심장이 떠오른다. 가상의 입체영상일 뿐이지만 진짜와 똑같이 움직이고, 어떤 이상이 있는지도 알아낸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얻은 실제 환자의 심장의 영상정보를 입체 동영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현재까지 CT, MRI,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단일광자 단층촬영(SPECT) 등 인체 내부를 보려는 의료영상기가 날로 첨단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상이 2차원적이고, 구조만 보여주거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등 한계를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도록 입체 동영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김 교수의 연구 프로젝트다. 국가지정연구실(NRL)인 김 교수의 '의료영상 비주얼컴퓨팅 연구실'은 진단과 처치를 돕거나, 시술 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컴퓨팅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가 개발한 심장질환 진단보조 시스템(Cardiac Station)은 심장 중에서도 맑은 피를 뿜어내는 좌심실의 운동형태를 보여주고, 용적이나 심근 두께의 변화를 정확히 계산해 낸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박정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 시스템이 실용화하면 관상동맥 환자에게 약물 투여나 혈관을 뚫는 시술을 한 뒤 얼마나 좌심실의 기능이 개선됐는지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로 김 교수팀은 2001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의료영상심포지엄에서 쿰 라우데(우수) 포스터 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SPECT, PET, MRI의 영상을 종합, 뇌의 혈류와 당대사를 3차원적 구조에서 정확히 진단하는 시스템도 개발중이다.

가상현실 기술이 집적된 케이브 시스템도 흥미로운 연구분야. 입체 안경을 쓰고 한면이 트인 방에 들어서면 환자를 집도할 수 있는 수술실, 수십 층 높이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아직까지 가상 수술실은 환자가 덮개를 쓰고 누워있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인체 내부까지 재현한다면 의료 교육에 활용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이화여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컴퓨터학자가 된 이색적인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처음 컴퓨터가 도입된 1970년대 중반, 대학을 졸업한 그는 첫 직장인 보건사회연구원(전 가족계획연구원)에서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 급성 맹장염에 걸려서도 교육을 마칠 정도로 컴퓨터에 빠진 그는 아예 전공을 바꿔 미국무성 초청 정보처리과정 연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석사, 독일 괴팅겐대학 박사를 거쳐 이 자리에 왔다.

김 교수의 목표는 혈관을 따라 바늘을 움직이는 수술을 지금처럼 전문의의 촉각에 의존하지 않고 혈관 영상을 입체적으로 보면서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 그는 "앞으로는 살아있는 인체의 내부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해부하듯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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