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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 정부개혁

입력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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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일제식민주의, 미군정, 한국전쟁, 발전국가의 시대를 지나는 동안 집중화하고 집적화한 중앙관리기구와 중앙재정기구를 개혁하는 동시에 급진적 개혁정책을 지원할 강한 중앙관리기구를 필요로 하는 모순에 처해 있다. 앞으로 추진할 행정개혁에 이 문제를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정부조직의 설계에 있어 유일한 최선의 대안을 말하기란 힘들다. 효과적인 정부조직은 국정관리의 환경, 정책문제의 성격, 대통령 리더십의 유형에 달려있다. 특히 대통령 리더십 성격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은 국가정책의 기획 및 조정과 행정자원을 관장하는 국무조정실,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 중앙인사위원회 등 중앙관리기구의 설계이다.

노무현 정부의 리더십은 분점정부, 제도권 언론의 견제 등 불리한 국정환경,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는 지지집단의 강한 압력, 대통령당선자의 분명한 정책적 소신과 입장 등을 고려할 때 전략기획형을 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략기획형의 리더십에 적합한 중앙관리기구는 상호 경쟁적이고, 일선 행정부처에는 지배적인 구조를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경제정책과 예산기능을 통합하는 개편안은 적합치 못하다. 집행부의 전략적 기획기능을 뒷받침할 강력한 행정자원인 예산을 중앙관리기구로 분리하여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경우 유의할 점은, 김대중 정부의 행정개혁에서 가장 미흡한 부분으로 평가되는, 기존의 권위적이고 과대성장한 중앙관리기구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부처에 위임하는 행정관리 권한을 확대해 중앙관리기구는 통제기관에서 본연의 지원기관으로 탈바꿈하여야 한다. 즉 기존의 투입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행정책임을 묻는 방향이다. 행정권한의 위임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평가의 강조는 권위주의적인 정부조직과 행정문화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인수위의 움직임을 보면, 행정개혁의 방향이 오히려 일선부처의 인사권한에 대한 중앙관리기구의 내부규제 강화로 모아질 것이 우려된다.

나아가 현재 중앙관리기구가 관장하고 있는 항목별 예산편성을 지양하고 경상비 예산제도와 포괄예산제도, 그리고 일선 부처의 조직 및 정원에 관한 통제를 완화할 수 있는 총액인건비제도 등의 도입을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경제정책을 관장하는 중앙재정기구는 기술관료적 전문성이 필요한 정책문제의 성격, 수출에 의존하는 작은 국가라는 지정학적 요인, 불리한 정책환경 등을 고려할 때 다원주의적 체제보다는 조합주의적 체제가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앙재정기구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상호 견제와 협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부분에 대한 기능 재조정 작업은 필요하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통합안이 한 예일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립규제기관의 성격을 유지·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계층적 정부조직을 보다 민주적인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중앙관리기구-일선행정기관-소속기관간의 수직적 관계를 성과관리체계를 매개로 수평적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중앙행정기관에 부속된 많은 소속기관들, 나아가 본부의 집행 기능에 과감히 책임운영 체제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중앙행정기관은 정책개발 기능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책임운영기관에 의한 행정서비스 전달은 기능 분화에 따른 행정효율성 제고와 계층적 관료문화를 탈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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