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찰위성의 영변 폐연료봉 이동 가능성 포착으로 북한 핵 문제가 또 한 차례 위기의 파도를 맞고 있다. 미 정부는 정찰위성이 포착한 움직임을 북한이 무기급 플루토늄 추출을 위해 행동을 개시한 징후로 해석하고 있어 북한 핵 위협에 대해 미국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태평양 사령부가 한반도 병력 증강을 요청함에 따라 그 배경에 대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핵 연료봉 이동 징후 미 정찰위성이 1월부터 북한 영변의 핵 시설 주변에서 포착한 구체적 장면은 무엇인가를 옮기는 것 같은 트럭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트럭에 실린 물건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트럭의 목적지도 불분명하다. 이 사실을 1월31일 처음 보도한 뉴욕 타임스의 기사만으로는 이 트럭이 핵 재처리 시설로 향하는 것인지, 핵 연료봉을 은닉할 제3자의 장소로 가는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의 궁극적 목적과 이에 대한 미국의 평가이다. 상황의 불확실성에도 미 정보당국은 트럭 사진이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을 강행할 개연성을 높이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 트럭 관련 움직임 등 영변 핵 시설에서 진행중인 광범위한 활동을 고려할 때 북한이 3월 말까지는 무기급 플루토늄 제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미 정보당국이 내린 결론이다.
미국의 대응 북한의 의도가 단순한 대화 압박용이라기보다는 핵무기를 진짜로 제조하려는 데 있다는 견해가 미 정부 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 정부 관리들은 8,000개의 핵 연료봉을 재처리하면 최소 6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미 정부 내에 두 가지 주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제한적 정밀공격으로 북한의 핵 능력을 저지하려는 국방부 중심의 강경파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추구하려는 국무부 중심의 온건파간 대립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까지 군사적 대응의 조짐은 없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현재까지는 핵 시설 공격에는 엄청난 위험이 따른다는 경고를 귀담아 듣고 있다. 그럼에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은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개의 전쟁 수행이 가능하다고 믿는 그는 이라크 전쟁 발발 시 한반도에서의 2차 충돌을 감안한 전력배치 방안을 강구하도록 핵심 측근들을 닦달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한반도 전력 증강 요청 이런 맥락에서 토머스 파고 미 태평양 군사령관의 한반도 주변 전력 증강 배치 요청을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첫 대응 조치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물론 군사력 증강의 주목적은 이라크 전쟁 발발 시 동원될 전력의 공백을 메우는 데 있다는 게 미 당국의 설명이다.
미 국방부 관리는 1일 "파고 사령관의 요청은 북한의 핵 연료봉 이동 정보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며 "병력 증강의 목적은 억지력 확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군 및 해군력 위주의 전력 편성은 미국의 입장이 변할 경우 북한을 선제공격할 화력으로 지원될 수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지적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병력 증강 요청은 미국측이 종전의 입장을 수정, 군사적 방안을 계속 열어 놓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 국방부는 2일 한반도주변 군사력 증강 요청설에 대해 "미국측으로부터 어떠한 제의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사측도 "한반도나 주변에 병력이나 무기를 증강 배치하면 사전에 협의를 한다"며 "그러나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승일=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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