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2003년인데 '2001 아울렛'이란 상호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닌가요?"(주)이천일아울렛 대표 이응복(李應馥·50)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1994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2001년이 멀게 느껴져 미래 지향적인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세월이 참 빨리 흐르더군요."
그는 "그래서 이제는 2001의 의미를 '2000년대 즉 21세기에 1등'이란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유통업체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5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 회사의 성장비결은 최고경영자(CEO)의 이 같은 솔직함과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2001 아울렛의 성장사는 유통업체들이 손들고 철수한 상가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꾸어 나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01 아울렛의 맏형격인 중계점은 시작 당시만 해도 유통업이 버티기 힘든 외진 지역에서 출발했다. 3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은 백화점과 할인매장이 밀집된 쇼핑의 중심지로 변했다. 2001 아울렛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하나 둘씩 옆 자리로 옮겨 왔기 때문이다. 최대 매장인 분당점 역시 재벌급 유통업체와의 경쟁에 뒤져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던 한 중견유통업체의 건물을 인수해 3개월 만에 흑자로 바꿔놓은 곳이다. 이런 식으로 늘어난 매장이 벌써 7개. 올해 4개를 더 늘릴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2001 아울렛의 성공은 정직한 가격과 품질로 틈새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이는 모기업인 이랜드의 사업전략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고급백화점의 서비스와 제품 품질을 재래시장의 가격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부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상품에 대한 만족을 넘어서 감성적·체험적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을 잘 보여주는 공간은 2001 아울렛의 명소인 '모던하우스'다. 이곳은 매장 한층 전체에 어른방, 아이방, 주방, 거실, 서재 등 테마별로 인테리어를 갖춰놓은 10여 개의 컨셉트 룸으로 구성돼 있다.
컨셉트 룸 하나에 들어가는 상품아이템은 150여종에 달한다. 여기서는 가구부터 실내 슬리퍼까지 전시된 모든 것을 구입할 수 있다. 컨셉트 룸은 2주 단위로 교체된다. 가구는 가구대로, 주방용품은 주방용품대로 분류해 전시하던 유통업체의 관행을 과감히 뒤집은 것이다. 이 부회장의 일과는 아침 6시30분∼7시 사이 출근해 8시까지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조간신문을 직접 스크랩을 해가며 꼼꼼히 읽는 것도 이 시간이다. 퇴근은 오후 8시가 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일주일에 3∼4번 집 근처 월드컵 경기장까지 조깅을 하며 건강을 다진다. 만능 스포츠맨답게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새벽에 직원들과 축구를 하며 옛날 실력을 발휘한다.
증권가에서는 3년 전부터 기업공개를 저울질하고 있는 이랜드의 상장시기가 관심거리다. 이 부회장은 "국내 증권 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외국에서 상장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세계의 '2001'로 도약하려는 꿈의 일단을 내비쳤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이응복 부회장은 누구
1952년 서울출생
1971년 경희고등학교 졸업
1975년 연세대 식품공학과 졸업
1984년 이랜드 입사
1998년 (주)이랜드 대표이사
1999년 (주)이천일아울렛 대표이사 사장
2002년 (주)이천일아울렛 대표이사 겸 이랜드 그룹 부회장
부인 이정미(李靜美·46)씨와 1남1녀
■이랜드는 어떤 회사
지난해 연말 "매년 당기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랜드(회장 朴聖秀)는 모기업인 성인캐주얼의 (주)이랜드, 아동복·내의 부문의 (주)리틀브렌, 패션 할인 백화점 (주)이천일아울렛 등 8개의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8개 계열사 모두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1.7% 늘어난 1조500억원, 순이익은 43.2% 신장한 1,06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부채비율이 3년간 100%를 유지하고 있는 그야말로 알짜 기업이다. 순이익 10% 환원으로 올해 환원금 100억원과 특별사회환원금 30억원을 더해 총 130억원이 사회소외계층 지원 및 북한어린이 돕기에 사용된다.
이랜드는 1980년 창립 때부터 본사는 기획과 구매 및 디자인 기능 만을 담당하고 생산은 '아웃소싱', 마케팅은 '프랜차이즈' 방식을 도입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도 각 계열사는 철저하게 독자경영을 하고 있고, 이응복 부회장이 그룹 총괄조정역을 맡고 있다. 회사 창립자인 박성수 회장은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 머물며 패션과 유통의 첨단흐름을 살펴, 회사의 진로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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