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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김동욱 "눈물의 꽃가마"/프로 입단 8년만에 설날씨름대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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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김동욱 "눈물의 꽃가마"/프로 입단 8년만에 설날씨름대회 우승

입력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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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무명의 김동욱(25·현대중공업·사진)이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03세라젬배 설날장사씨름대회에서 '모래판의 황태자'이자 팀 선배인 이태현을 3-1(1무)로 물리치며 우승, 프로데뷔 이후 처음으로 꽃가마를 탔다.

1995년 프로 입단 이후 8년의 무명생활 끝의 정상등극이다. 안양공고를 졸업하고 그 해 진로씨름단에 입단한 김동욱은 유망주로 주목 받으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모래판은 그의 생각처럼 녹록하진 않았다. 매번 각오를 다지며 샅바를 잡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만을 실감하며 고개를 떨구고 모래판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김동욱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마음속에선 의욕이 넘치는데 매번 실수를 해 뜻대로 안될 땐 죽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런 그에게 또다시 시련이 다가왔다. 소속 팀이 모기업의 부도로 문을 닫은 것. 1년여의 방랑생활이 시작됐고, 한때는 모래판을 완전히 떠날 결심까지 했다. 아는 선배를 통해 일본 스모계 진출을 추진, 입단날자까지 받는 등 일이 구체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의 땀과 눈물로 얼룩졌던 샅바를 홀가분하게 벗어던질 수 없었다. 결국 마음을 바꿨고 당시 자신에게 입단을 제의했던 현대씨름단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후 3년동안 비지땀을 흘리며 샅바를 잡은 결과 지난해 10월 열린 안동대회에서 처음으로 4강에 진출, 아쉽게 팀 선배 신봉민에게 패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동욱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약점인 노련미와 기술을 보강하는 데 전력했다. 동계훈련동안 155㎏의 거구를 이끌고 1,600m가 넘는 무주 덕우산의 향적봉을 오르는 등 하체훈련을 강화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 김동욱은 8강전에서 황규연(신창)에 역전승을 거둔데 힘입어 연달아 신봉민을 제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태현과의 결승 첫판을 무승부로 끝낸 김동욱은 두번째 판부터는 힘을 이용한 선제공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시작과 동시에 안다리로 한판을 따낸 김동욱은 다음판을 이태현의 밭다리에 걸려 내줬지만 그동안 갈고 닦은 들배지기와 밀어치기가 전광석화처럼 먹혀들면서 순식간에 승부를 갈랐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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