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8년 2월3일 서양 활판 인쇄술의 발명자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71세로 작고했다. 독일 마인츠 출신인 구텐베르크는 40세를 전후해 스트라스부르에 머물던 시절 인쇄기를 발명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인쇄소를 세운 뒤 달력 따위를 찍어냈고, 인쇄술을 개량한 끝에 1454년에는 성서를 찍어냈다. 흔히 '구텐베르크 성서'라고 불리는 이 성서는 지난해 1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서양사에서 읽기의 대중화를 통해서 진정한 문자의 시대를 열었다.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은 그 활자 문화 시대 500여년을 '구텐베르크 은하계'라고 부르고 이 은하계가 20세기 들어 '마르코니 성좌'에 의해 가려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무선전신을 발명한 굴리엘모 마르코니의 이름을 딴 '마르코니성좌'란 전자 매체 시대를 가리킨다.
프랑스의 미디어 이론가 레지스 드브레도 기술 혁명이 권력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더듬으며 맥루한과 비슷한 통찰을 내보인 바 있다. 드브레에 따르면 인간의 역사는 언어권(言語圈)의 시대, 문자권의 시대, 비디오권의 시대로 진화해 왔다. 구전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는 언어권의 시대는 마술사 주권자의 시대이자 신권(神權)의 시대다. 구텐베르크 이후 인쇄술의 보급을 통해 신권과 '말씀'의 자리를 이성이 물려받으면서 문자권의 시대가 열렸다. 언어권에서 설교가 차지했던 자리를 문자권에서는 공교육이 물려받았다. 그런데 이제 세계는 이 문자권과 본질적으로 다른 비디오권으로 진입했다고 드브레는 진단한다. 문자권에서 커뮤니케이션은 본질적으로 상징의 수준에서 이뤄지지만, 비디오권에서는 살과 뼈를 갖춘 이미지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는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끝머리에 있는 것이다. 고 종 석
/논설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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