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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컬럼비아호 폭발/날개 내열 타일 손상 탓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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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컬럼비아호 폭발/날개 내열 타일 손상 탓인듯

입력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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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지구로 귀환하던 중 1일 오전 9시(한국시간 1일 오후 11시) 미 남부 텍사스주 지상 63㎞ 지점에서 폭발해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했다.미 항공우주국(NASA)과 전문가들은 이륙시 왼쪽 날개에 작은 파편이 부딪치면서 내열 세라믹 타일 일부가 벗겨진 것이 사고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 2명의 여성을 포함한 미국인 6명과 이스라엘인 1명 등 승무원 7명을 태운 컬럼비아호는 1월 16일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과학실험 등을 마치고 1일 오전 9시 16분 케네디 우주센터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이날 기상 상태는 이착륙에 최적이었다.

인도양 상공에서 활강을 시작한 컬럼비아호에 이상이 감지된 것은 8시 53분. 기체 왼쪽 날개 끝부분에 장착된 유압 조절장치 내 온도감지기가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

3분 뒤 왼쪽 랜딩 기어의 온도가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58분 기체 왼쪽에 달린 온도감지기 3개의 신호가 동시에 끊겼다. NASA 비행통제센터는 이 때까지만 해도 "우주선 착륙 중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8시 59분 랜딩기어 타이어의 온도·압력감지기마저 멈춰 섰다. 당황한 비행통제센터는 긴박한 목소리로 "기체 타이어의 압력 메시지를 보고 있다. 당신들의 마지막 교신을 듣지 못했다"고 타전했다. 9시 릭 허즈번드 선장이 "로저, 어, 버…"라고 말을 마치지도 못한 채 교신이 끊겼다.

이 시각 텍사스 주민들은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상공에서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흰 물체들이 추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컬럼비아호 파편들은 텍사스, 루이지애나, 뉴멕시코주 등 반경 수백㎞ 지역에 떨어졌다. 텍사스 헴프빌시에서는 승무원 유해로 추정되는 두개골과 다리뼈 등이 발견됐다.

인재(人災) 논란 나사는 현재로서는 이륙할 때 외부 연료탱크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절연장치 조각이 왼쪽 날개와 충돌한 것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우주선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섭씨 1,65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때 기체를 보호하기 위해 바른 특수 내열 타일 2만여 개 중 왼쪽 날개에 붙은 일부가 떨어져나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사 우주왕복선 담당국의 론 디터모어씨는 "활강 도중 타일이 추가로 벗겨지면서 알루미늄 등으로 된 본체가 녹아내려 기내 압력이 급상승하거나 엔진 등이 과열돼 폭발했을 것"이라며 "사고 수 분 전 왼쪽 날개의 온도감지기가 작동을 멈춘 것도 기체 온도가 갑자기 치솟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이륙 상황을 녹화한 비디오에서 문제의 장면을 발견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간 나사측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수명이 22년이나 된 컬럼비아호의 비행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CNN 방송은 나사가 2001년 컬럼비아호에서 엔진 고장 등 기술적 결함을 발견해 퇴역시키려 했으나 우주 탐사 스케줄 때문에 9,000만 달러를 들여 보수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나사는 이번 사고가 외부인 침입이나 폭발물 장착 등의 증거가 없고, 폭발 지점이 지대공미사일 등의 사거리를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에 테러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러시아 등에서 지적한 열 저항 시스템 고장, 대기권 진입 각도 오류 등은 추락 당시 비디오 화면만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왕복선 운행 전면중단

일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로 미국 전역은 슬픔에 잠겼다.

이 사고로 미국의 우주 탐사 계획도 상당 기간 차질을 빚게 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우주왕복선 운항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NASA는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 때도 32개월 간 우주왕복선 비행을 중단했다. 우주왕복선 발사 중단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현재 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비행사 3명은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이용해 예정대로 3월에 지구로 귀환한다고 나사측은 밝혔다. 유인 우주왕복선 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나사의 한 과학자는 "승무원들이 하는 실험은 대부분 로봇이 할 수도 있는 것들"이라며 "유인 왕복선을 보내는 진짜 이유는 단지 국가 위신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참사로 과학적 손실도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컬럼비아호는 16일간 우주비행에서 생물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59∼80가지 실험을 실시했으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 결과의 일부는 이미 지상으로 전송됐으나, 수많은 실험 샘플과 데이터가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참사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향한 우리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명을 통해 "승무원들은 인류 전체를 위해 큰 위험을 떠안았다"며 "이들이 목숨을 걸었던 대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직후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귀환을 기다리던 승무원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한국 등 각국 지도자들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과 우주 개발 계획을 함께 진행해 온 러시아 국민들에겐 이번 사고가 너무 비극적"이라며 위로했다.

그러나 이라크의 한 관리는 컬럼비아호에 탑승한 이스라엘 우주비행사 일란 라몬 대령이 1981년 이라크 원전 폭격에 참전한 인물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알라의 복수"라고 주장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외신=종합

★컬럼비아호는

컬럼비아호는 미국 건국초기 탐험선으로 활약한 범선 컬럼비아호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1981년 4월 처녀비행을 한 세계 최초의 우주왕복선이다. 1일 사고 전까지 28차례의 성공적인 비행임무를 수행했다. 첫 발사 이후 계속적인 성능개선 작업을 거쳤으며, 대수리를 통해 2001년으로 예정됐던 퇴역계획을 연장했다.

이번 비행은 16일간 과학실험만을 목적으로 했다. 우주인 7명이 2개 팀으로 나뉘어 생물학 의학 자연과학 기술 등 분야의 실험을 했다. 실험의 대부분은 화물칸에 탑재된 '기압이 유지되는 실험실' 내부에서 행해졌다. 실험대상은 암세포 균 설치류동물 거미 벌 누에 등이었으며 우주인 자신들도 실험대상이 됐다. 특히 우주인들은 우주궤도 상에서 심리적 변화를 측정하는 감지기를 부착했다. 이번 실험에서는 면역기능과 근육을 약화하고 골밀도를 낮추는 무중력 효과에 대처하는 방법도 연구됐다.

컬럼비아호는 이번 실험 외에도 지금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81년 11월 두 번째 비행에서는 우주왕복선 최초의 과학실험과 함께 로봇 팔 작동실험을 했다. 96년에는 우주왕복선 중 최장인 35일간의 단일비행기록을 세웠다.

/배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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