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전곡 연주로 유명한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부천필 베토벤 교향곡 2003'이라는 타이틀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창단 1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연주시리즈의 첫 테이프를 끊는 이번 공연은 7일 부천시민회관 대강당에서 교향곡 1번을 시작으로 12월31일 교향곡 9번 '합창'으로 끝난다. '부천필 베토벤…'은 이 오케스트라의 성장과 자신감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여러 모로 의의가 크다.
흔히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주하지만 실은 적잖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오케스트라의 기량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교향악단으로서 반드시 넘어야 하는 '베토벤 교향곡'의 산은 원체 높은 데다 베를린필을 지휘한 푸르트 뱅글러와 폰 카라얀 등 쟁쟁한 대가들의 녹음이 한결 그 높이를 높였다.
특히 교향곡 7번은 리듬이 까다로워 지휘하기에 어려움이 큰 반면 쉽게 들린다는 점에서 지휘자들에게는 '잘해야 본전'이다. 그래서 최근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오케스트라는 초보이거나 아주 일류라는 말이 있다.
부천필은 그 동안 '바흐와 쇤베르크' '바르톡의 밤' '베베른 50주기 음악회'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등 굵직한 기획연주로 KBS 교향악단, 서울시 교향악단과 더불어 국내 3대 교향악단의 위치를 굳혔다. 이번 연주로 호평을 받는다면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셈이다.
부천필의 변화
이번 연주회에서 부천필이 보여 줄 예전과 다른 모습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그동안 서울을 주무대로 삼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부천 무대에 선다. 지난 14년 간은 지방악단이 중앙무대에서 일류로 평가 받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올해는 현재 예정된 24회의 연주회 중 6회만 빼고는 모두 부천에서 열린다. 부천 시민을 위해 연주한다는 원래의 설립 취지를 살리고, 부천에서 연주하더라도 충분히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정치용, 강석희, 구자범, 박정호, 박영민, 장윤성, 김덕기, 이대욱 등 많은 객원 지휘자들의 참여이다.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임헌정씨는 마지막 연주회에나 등장한다.
임씨의 카리스마적 지휘와 엄청난 연습량으로 유명한 부천필은 그 동안 객원지휘에 인색해 "너무 한 지휘자의 스타일만 따라간다"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첫 회 감상법
7일 연주회의 곡목은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교향곡 1번'이다. 정치용(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씨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씨의 협연이 볼 만하다. 특히 교향곡 1번은 음악대학 지휘 전공 입시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로 지휘자의 정확한 지휘 테크닉을 가늠할 수 있는 곡이다. 3악장의 '미뉴엣'은 모차르트 시대의 '미뉴엣' 스타일에서 베토벤 이후의 '스케르초'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모습을 보여 준다. 7일 저녁 7시30분 부천시민회관 대강당. (032)320―3481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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