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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쉼터 "자유의 집" 우울한 설맞이/"설 쇤뒤 길거리 나앉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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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쉼터 "자유의 집" 우울한 설맞이/"설 쇤뒤 길거리 나앉나요…"

입력
2003.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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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의 마지막 설이군요. 설을 쇠면 다시 길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건지…."설 연휴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노숙자들의 쉼터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자유의 집'에선 우울한 설맞이 노래자랑대회가 열렸다.

'자유의 집'측이 설을 앞두고 오갈 데 없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노래자랑 초반에는 다소 흥이 돋는 듯 했으나 금방 분위기가 가라앉고 말았다. 남들은 명절이라며 고향을 찾거나 선물을 주고 받느라 들떠있지만 가족을 두고도 떠돌이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설이 지나면 오갈 데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

서울시가 (주)방림 소유의 기숙사 3개 동을 무료로 빌려 노숙자들의 보금자리인 '자유의 집'을 마련한 것은 IMF의 여파로 노숙자가 최고조에 달했던 1999년 1월. 이곳에는 한때 1,300여명이 수용돼 있었으나 이후 이 부지와 건물을 사들인 J사측이 비워줄 것을 줄곧 요구하다 결국 소송으로 이어져 올 연초 법원이 최종적으로 반환 결정을 내려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재기해 당당히 떠나려고 했는데

이날 노래자랑에 참가한 사람중에는 사업에 실패해 닷새 전 이곳에 입소한 정모(41)씨도 끼어 있었다. 자신이 노숙자가 될 거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는 밤마다 대리운전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지만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정씨는 "1년 뒤 몇백만원이라도 모아 자유의 집을 당당히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데…"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서울시가 법원 판결 후 '자유의 집' 이전을 추진중이긴 하지만 이곳 노숙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착잡하다. 가뜩이나 주민들이 이곳을 혐오시설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상황이 다른 곳이라고 바뀔리 없을 것이기 때문. 현재 이곳에 머물고 있는 750여명의 노숙자들 대부분은 '자유의 집'이 문닫을 경우 또 다른 수용소보다는 서울역등지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이곳을 거쳐간 2만5,000여명의 노숙자들과 동고동락한 정호택(鄭鎬澤·46) 관리부장은 "이들 중 50% 이상이 예전에는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나갔던 사람들"이라며 "당장은 홀로서기가 쉽지 않지만 재활을 위한 경유지로서 이곳은 반드시 필요한 곳"이라고 걱정했다.

이젠 어디로 가야 하나

서울시도 이번 겨울을 보내고 노숙자들을 시내 70여곳의 시설에 수용한 뒤 자유의 집을 옮길 대체 부지를 물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전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재원마련보다는 부지선정 과정에서 부닥칠 주민들의 반발이다. 자유의 집이 위치한 영등포 지역에서도 아파트단지 주민들을 중심으로 그 동안 이전을 촉구하는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서울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시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지만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시 외곽으로 옮기면 노숙자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게 된다"며 "자유의 집 사람들에게 이번 설은 가장 추운 명절이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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