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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한 우량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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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한 우량株

입력
2003.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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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합주가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은 바로 '블루칩'(대형 우량종목)이다. 이라크 전쟁위기에 따른 환율·유가 불안과 미국 증시 폭락 등 외부 변수에다 4분기 기업 실적 둔화까지 겹치면서 한국증시의 대표선수격인 삼성전자·SK텔레콤·KT·국민은행 POSCO·현대차 등 이른바 '빅6'의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 더 많이 떨어지면서 '우량주는 안전하다'는 믿음조차 무너졌다.삼성전자는 3개월 만에 30만원대가 붕괴됐고, SK텔레콤은 열흘 사이 30%나 급락했다. 현대차는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고 국민은행도 1년간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상태다.

그나마 POSCO와 KT만이 버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들 주식을 대거 매집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은 이익실현 차원에서 매물을 쏟아내고 있고, 기관투자가도 손절매 물량을 내놓고 있다.

빅6의 주가 바닥을 전망하는 것은 불투명한 국내외 정치·경제 변수로 조십스럽다. 하지만 증시가 다시 살아난다면 이들 대표 우량주가 먼저 오르는 만큼 손절매 가격과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이들 빅6의 바닥선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트 및 기술적분석 전문가인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국내증시가 미국 뉴욕 다우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빅6의 주가 역시 미국내 동종업종 대표 기업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종합주가지수 500선, 다우지수 7,500선대에 머문다면 빅6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하락 때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와 유사한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주가를 감안해볼 때 그동안 지지선이었던 31만원대가 무너진 삼성전자는 주요 추세선을 이탈한 만큼 바닥권인 26만원까지 빠질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동양종금증권 민후식 연구원은 "현재의 주가하락은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펀더멘털 문제가 아닌 반도체 가격 하락과 세계 시장 침체에 따른 것인 만큼 휴대폰 부문 등 올 1분기 실적 호전 기대감이 살아나고 2월 중반 이후 반도체값이 안정세를 되찾으면 주가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 우동제 연구원은 "반도체가격 등을 고려한 삼성전자의 이론적 주가는 최고 34만8,000원에서 22만6,0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는 변동폭을 갖고 있다"며 "평균가도 28만원선"이라고 말했다.

4분기 실적악화와 올 설비투자 확대 우려로 최근 급락한 SK텔레콤에 대해서는 바닥주가(17만원선)에 이미 도달한 만큼 오히려 상승 반전하더라도 19만5,000원을 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서용원 연구원은 "SK텔레콤이 올 설비투자를 재검토하겠다는 것이 삭감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올 이익 추정치를 낮추고 적정 주가도 20만원선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내수경기 둔화와 원화가치 상승(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로 연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미국 GM의 주가와 비교할 경우 1차 지지선이 2만4,600원선이지만 종합주가지수가 더 빠질 경우 2만2,000원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삼성증권 김학주 연구원은 "최근 달러 약세, 미국에서의 가격경쟁 심화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1∼2월 내수 판매 부진과 GM대우차의 본격적인 마케팅으로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주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 신용대란 위기가 제기됐던 지난해 10월의 바닥주가인 3만6,000원선까지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 대출 억제정책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예금과 대출 마진증가 및 수수료 인상으로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3만7,000원에서 지지를 확보한 후 1차 상승 목표인 4만8,000원으로 추세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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