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승용차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유행은 전세계적인 것으로 지난달 열렸던 디트로이트 모토쇼에서도 SUV 는 최고의 각광을 받았다.그런데 올들어 미국 일각에서 "SUV가 석유만 많이 소비할 뿐 안전하지 않은 차"라는 비난이 일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호에서 미 국립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의 제프리 런지 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SUV의 위험성을 크게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런지 청장은 "SUV운전자들은 다른 차 운전자에 비해 치명적인 전복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며 "무게중심이 높아 갑자기 핸들을 꺾을 때 차체가 기울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회사들이 SUV에 대해 자발적으로 안전강화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부가 강제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면서, 탑승자의 머리보호용 에어백을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지 청장에 따르면 재작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자동차 사고 가운데 전복사고는 3%에 불과했으나, 탑승자 사망사고는 전체의 3분의1이 전복사고였으며, 전복사고시 SUV 탑승자 사망률은 일반 승용차의 3배에 달했다.
한편 미 환경운동가들도 최근 "SUV가 테러를 돕는다"는 자극적 카피의 광고를 내보내면서, SUV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이들의 주장은 석유를 많이 소비하는 SUV를 이용하면 중동의 오일달러 수입이 늘어 그만큼 테러조직에 대한 간접 지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반 승용차 연비는 1갤런(약 3.78리터)당 44㎞인데 비해 SUV는 33㎞에 불과했다.
이 같은 미국 내 반SUV 기류에 대해 국내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미국 수출 SUV는 '없어서 못팔 정도'라 일단은 사태의 진전을 관망 중"이라며 "비난여론이 더 거세지면 보호장치를 강화하고 연료도 하이브리드 계열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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