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남권 교통의 동맥인 경인로와 서부간선도로의 만성적인 '교통경화증'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뚜렷한 해결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기초 자치단체의 각종 개발계획으로 교통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두 간선도로가 조만간 교통기능을 아예 상실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인천과 광명, 부천 등 서남부 수도권 도시와 구로, 영등포를 도심과 연결하는 경인로에는 하루 10만여대의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교통정보 전문업체인 로티스에 의하면 이 도로의 출퇴근시간대 평균속도는 서울 전체 평균속도보다 시속 4∼5㎞가 떨어지는 16∼18㎞이다. 하지만 경인로 중에서도 단골 정체지점은 10㎞ 이하로 뚝 떨어진다.
내부순환도로와 연결되는 서부간선도로도 마찬가지. 서울 도심과 서해안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영동고속도로 등을 잇는 교통축인 이 도로는 출퇴근시간대 속도가 2000년에 비해 시속 4∼8㎞ 떨어졌고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엔 아예 길거리 주차장으로 변한다. 구로구청의 관계자는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서부간선도로의 교통체증이 눈에 띄게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지역개발사업은 교통사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229개소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의 입주업체와 할인매장이 2004년까지 2,529개소로 두배 이상 늘고, 신도림역 주변 옛 기아산업의 부지에는 점포 5,000여개가 입주하는 동양 최대규모(143,610㎡)의 신도림테크노마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인근 옛 한국타이어 부지에 대림아파트(1만7,500여평)외에 업무, 주거 겸용 오피스텔(7,100여평·1,100실)이 5월께 분양될 예정이고, 대성연탄공장 부지 1만여평에도 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이 논의되고 있다. 영등포교도소와 구치소를 시계지역으로 이전한 뒤 그 자리를 종합유통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중이며 경인로 주변 천왕동 일대 63만여㎡에는 뉴타운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경인로와 서부간선도로의 만성 교통난은 건교부나 서울시 차원의 광역교통대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지만 움직임은 관할 기초 자치단체가 더 빠르다. 구로구는 최근 서울시에 '서남권교통대책'을 건의하면서 경인로와 서부간선도로의 교통량을 분담할 수 있는 경인로 대체도로와, 안양천 둑방길을 확장한 제2서부간선도로의 신설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도로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여의도―광명시 경전철, 신월동―당산동 경전철 신설을 촉구했다. 양대웅(梁大雄) 구청장은 "서울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강북뿐 아니라 서남권이 개발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교통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서울시가 동북권 종합교통개선대책과 같은 서남권 교통대책을 세워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나 교량건설등 교통수용 능력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대중교통수단으로 교통수요를 흡수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서남권교통대책은 필요하지만 구로구 등의 안이 단시일내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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