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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목소리]수도권 과밀억제정책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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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목소리]수도권 과밀억제정책 유지해야

입력
2003.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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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행정수도의 지방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는 것을 막고 지방자치와 분권의 시대를 앞당길 계기로 행정수도 이전을 선택한 듯하다. 행정수도 이전에는 행정기능의 분산과 지역경제의 활성화, 국토의 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행정수도 이전에 앞서 좀더 생각할 문제가 있다. 문화의 다양성이다. 역사적으로 "말이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라"라는 속담처럼 서울은 모든 사람들이 모이는 행정과 경제의 중심지였고, 나아가 문화의 생산지· 공급지로 발전하였다. 모든 것이 서울에서 출발하여 전국을 감싸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성은 찾을 수 없다. 이제 일사불란한 획일성보다는 다양성 속에서 자연스런 통합을 추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서울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지방의 다양성을 찾고 발전시킬 방안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문화이며, 문화의 핵심은 바로 역사이다. 지방은 역사적으로 서울과 상보적(相補的) 관계를 맺으면서 나름대로 지역환경에 적응하면서 자족적으로 지역문화를 창조해왔다. 예를 들면 경기도는 서울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성호 이익을 중심으로 근기실학(近畿實學)파를 형성하여 조선후기 사상계를 주도하였고, 충청도는 우암 송시열을 필두로 노론의 세거지(世居地)로 독특한 양반문화를 만들었다. 경상도는 퇴계 이황을 태두로 나름의 선비문화를 가꾸어왔으며, 전라도는 풍부한 물산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문화를 일구었다. 제주도는 고립된 섬으로 어떤 의미에서 가장 오래 동안 토속적인 풍속과 관습을 유지하였으며, 강원도는 척박한 산림지대에 적응한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왔다. 우리는 중앙에 흡수되지 않고 다양성을 온존(溫存)시키면서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진 역사적 현장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후 각 지역마다 나름대로 고유성을 살리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지역특산물과 함께 하는 축제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렇지만 대개 이 잔치는 획일적인 상업주의만 판치고 있을 뿐 지방 고유의 역사와 문화로 이어지지는 못해 지역의 개성을 발휘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게다가 중앙 주도의 문화정책은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보듯 지방의 획일성을 부추기는 역기능까지 초래하였고 때로는 새마을 운동에서 잘 드러나듯이 역사와 전통 나아가 공동체의 파괴로까지 이어지기도 하였다. 이런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지방에는 국·공립 박물관과 함께 문중의 서원과 유물관이 있으며 거기에는 유물과 문화재들이 소장되어 있다.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곳은 근래에 세워진 박물관보다는 서원과 유물관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많은 문화재들이 없어지고 있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후손들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며, 국· 공립 박물관은 새 문화재의 발굴과 전시에만 주력하지 문중 소장의 문화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도 관리에 따른 법적인 문제나 소유권 등을 이유로 능동적인 조처는 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화 시대에 박물관의 기능은 달라져야 하고 문화재 소장자들도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박물관은 발굴과 보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재를 지역특성과 연계하여 지역주민의 살아 있는 역사와 문화의 배움터로 거듭나는 작업을 떠안아야 한다. 소장자는 문화재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 나아가 국민 전체의 유산임을 자각하여야 한다. 벽장 속에 감추어둔 문화재는 한낱 노리개에 지나지 않으며 세상에 드러날 때 진정으로 살아 숨쉬는 문화재가 된다. 우리 모두의 살아있는 문화재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의 재정비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소장자와 지방정부의 인식전환이 급선무이다.

김 홍 철 환경정의시민연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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