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행정수도이전 공약 이후 새로운 수도권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인수위는 아직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도권 정책을 '집중억제'에서 '계획적 관리'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현재 가속화하고 있는 수도권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인수위의 '계획적 관리'는 수도권과밀억제정책의 포기에 다름 아니다. 인수위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산업 등 지식기반 첨단산업을 공장총량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 면적을 확대해 수도권 공장용지와 산업단지 등 계획 입지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막연한 행정수도 이전을 전제로 수도권의 토지이용 및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폭발 직전의 수도권에 기름을 끼얹는 무책임한 행위다.
인수위는 또 수도권 신도시 건설계획을 재검토하겠다면서도 한편으로 주택 250만호 공급 공약을 추진하고 이중 60% 이상을 수도권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에서 개발가능 지역은 그린벨트와 녹지 뿐임을 감안해 필요한 택지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률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하나 둘 가시화하는 정책을 보면 인수위는 수도권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거나, 행정수도 이전을 명분으로 기업 행위를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조치 완화와 수도권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 지금의 수도권 상황에서 과밀억제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 및 추진과정에서 검증과 논의가 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인수위는 수도권 정책을 진지하게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정 긍 식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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