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선출된 이종욱(李鍾郁·58)박사는 20여년동안 이 기구에 근무하며 한센병 퇴치와 백신보급에 힘써온 WHO의 산증인이다.1976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 하와이대에서 공중보건학을 전공한 이 박사는 1983년 WHO 남태평양지역 피지에서 한센병 관리책임자로 WHO와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의대 재학중 경기 안양의 나자로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를 위한 진료 봉사활동을 하는 등 청년시절부터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일본인 부인 레이코(58)여사도 이때 봉사활동 도중 만났다. 그는 WHO 서태평양 사무처 질병관리국장(1993∼94년)을 거쳐 94년부터 WHO본부예방백신사업국장 및 세계아동백신운동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95년 WHO 백신국장 재직 당시 소아마비 질환을 세계인구 1만명당 1명 이하로 떨어뜨리는 성과를 올려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으로부터 '백신 황제(vaccine czar)'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특히 2000년 WHO 결핵국장 재직 때는 북한 등 19개 국가를 대상으로 결핵퇴치사업을 추진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당선자는 제네바에서 부인과 함께 거주하고 있으며 아들 충호(25)씨는 미국 코넬대에서 전기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국민참여센터 본부장인 이종오(李鍾旿·50·계명대 사회학과 교수)씨와 성공회대 사회학과 이종구 교수가 동생이며 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와는 경복고 동기다.
사무총장 당선 의미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WHO의 지원을 받았던 한국으로서는 이번 사무총장 배출로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크게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다. 특히 국내 보건의료산업의 발전과 국내 인적자원이 국제기구로 진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순(李榮純)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대한민국 전체의 경사로 국내 보건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 이종욱씨 인터뷰
이종욱 WHO 사무총장 당선자는 28일 선거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무거운 짐을 떠맡게 된 느낌"이라며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 각국의 난치병 퇴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박사는 "WHO 사무총장은 비단 WHO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마음이 무겁다"며 "7월 취임 때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특히 "북한의 질병 퇴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경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남북교류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며 "난치병 퇴치를 위해 각국과 상의해 일을 처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제네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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