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에 도시가스와 발전용 연료로 쓰이는 천연가스(LNG) 재고량이 바닥을 드러내 더욱 춥게 느껴진다. 26일 현재의 재고량은 30만톤 남짓한데, 소비량이 하루 10만 톤 가까이 된다니 꼭 사흘 분인 셈이다. 이라크 전쟁의 먹구름이 날로 짙어져 석유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전력과 가스 소비는 날마다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가스 저장시설 부족과 일본의 사 재기, 인도네시아의 가스 생산설비 이상 탓으로 물량 확보가 어렵다 한다.■ 오일 쇼크를 두 번이나 겪은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비축시설은 110만톤에 불과하다고 한다. 강추위나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많은 날을 기준으로 하면 불과 10여일 분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 지역의 가정 연료가 천연가스로 바뀐지 오래고, 발전 연료도 석탄에서 가스로 대체된 것이 언제인데, 여태 이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산지 사정은 차치하고, 운송라인 이상 등으로 원유 수송선이 한두 척만 제때 못 들어와도 에너지 대란이 일어날 판이다.
■ 사정이 이렇게 급박하지만 소비자와 관리자 누구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여름철도 아닌데 전력수요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것은 전력난방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유류를 이용한 주 난방은 물론, 전력을 이용한 보조난방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바깥은 아무리 추워도 실내에서 러닝셔츠를 입고 지내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 아닌가. 그 많은 사무실과 업소의 과잉난방, 밤을 낮처럼 밝히는 조명을 규제하기는커녕, 심야전력 소비가 미덕인 나라다.
■ 유가가 30달러에 육박하자 정부가 에너지 절약 시책을 내놓았다. 배럴당 유가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시행한다는 조치 가운데 정말 필요한 것은 안 보인다. 원유 수입부과금과 관세 인하, 승용차 10부제나 승강기 격층 운행, 옥외조명 제한 같은 조치가 얼마나 효용이 있을까. 그보다는 에너지를 아끼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 우리 실정이 어떤지를 솔직히 털어놓고 국민을 설득해, 자발적으로 전기와 기름을 아끼도록 유도하는 직설적인 화법이 필요하다. 마음을 움직여야 몸이 따라가는 법이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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