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도로 연결의 선결조건인 비무장지대(DMZ) 남북관리구역 내 민간인의 군사분계선(MDL) 통행과 관련한 남북군사 당국간 협상이 27일 타결됐다. 이에 따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개성 공단 착공 및 건설과 금강산 육로관광의 걸림돌이 사라져 사업 추진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남북은 이날 오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접촉을 갖고 4개 조항으로 된 '동·서해 지구 남북관리구역 임시도로 통행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잠정 합의서'에 서명했다. 남북은 이날 합의서에서 "동·서해 지구 남북관리 구역 내 임시도로가 연결되는 지점들에서 각각 10m 구간의 군사분계선을 개방한다"고 합의했다.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 마지막까지 갈등을 빚은 통행 승인 주체에 '쌍방'이라는 문구를 넣는 문제와 관련, 북측이 쌍방을 넣지 않기로 양보해 타결에 이르렀다.
남북은 논란이 돼 왔던 남북 관리구역 통행 승인 절차와 관련, '2000년 11월17일과 2000년 9월12일 체결된 '국제연합군측과 조선인민군측간 합의서' 2항과 2002년 9월17일 체결된 군사보장합의서 1조2항에 준하여 정전협정에 따라 협의·처리한다"고 명시했다. 북한은 그 동안 유엔사를 배제하기 위해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 쌍방이 협의·처리한다'라는 문구를 고집했었다.
국방부 장광일(章光一) 군비통제 차장(준장)은 "MDL 통행문제로 대북 3대사업이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우리측의 꾸준한 설득이 주효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서명즉시 발효된 합의서는 '임시도로'에 한정되지만 본 도로 및 철도가 개통된 이후 DMZ 남북관리구역 내 통행을 군사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합의서의 기본 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한이 이날 현안에 대해 양보한 것은 남북 간 경협 현안이 풀려나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MDL 문제로 유엔사측과 대립하기 보다는 실리를 택해 철도·도로연결을 비롯한 남북관계 현안을 원만하게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북한의 결단은 이날 시작되는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사의 방북에 따른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합의로 가장 관심을 크는 부분은 경의선·동해선 연결 1단계 작업과 개성공단 착공식, 금강산 육로 관광사업 등 현 정부의 3대 대북사업이 과연 언제 결실을 맺을지 여부다.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임기 내에 '성과물'을 기대하며 추진을 서두를 경우 3대 사업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가능성도 높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남북간 실무 접촉만 거치면 3대 현안사업이 조만간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 달 20∼25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6차 이산가족상봉행사에 남측 이산가족이 육로를 이용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편 이날 합의로 2000년 9월 1차회담후 중단된 남북국방장관 회담의 재개가능성도 높아졌다. 남북은 지난해 10월 판문점 군사실무회담에서 11월 북측 지역에서 2차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었으나 당시 다시 불거진 북한 핵문제와 상호검증 요원 명단 통보절차를 둘러싼 유엔사와 북측간의 갈등으로 무산됐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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