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변신은 무죄.' 중소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이모(29·여)씨는 새해 들어 오후 9시 영어 강좌를 신청했다. 올해 연봉이 더 많은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을 더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대학동창 몇 명이 캐리아웃(Carry Out) 커피숍을 열만한 목 좋은 점포를 찾았다며 동업하자고 제안을 해와 출자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중이다.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평생직장의 신화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힘겨운 취업전쟁을 뚫고 회사에 입사한 직장인들은 숨돌릴 틈 없이 자기계발을 위해 여가시간을 쪼개고 있다. 또 직장인의 60% 이상이 전직의 기회를 모색 중이며, 58.9%는 투 잡스(two jobs)의 꿈을 갖고 있다.
내 몸값은 스스로 높인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외국어 공부 등 자기계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온라인 채용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에 따르면, 직장인 5,3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73.1%가 "자신의 경력관리를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기계발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외국어 공부'란 대답이 가장 많았고, 업무관련 전공공부, 컴퓨터 공부가 뒤를 이었다. 하루 평균 할애시간은 1∼2시간이 72%로 대부분이었고 주로 퇴근 후 시간(76%)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기계발의 목적으로 '이직 준비'(30.9%)가 1위를 차지했고, '연봉 인상'(29.5%), '직장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18.9%)가 뒤를 이어 최근 사내 경쟁이 치열해졌음을 보여줬다.
이직·전직 희망 60% 넘어
직장인들의 새해 희망을 묻는 질문에 10명 중 6명 이상이 이직·전직·창업이라고 답변했다. 헤드헌팅 업체 HR코리아(www.hrkorea.co.kr)가 최근 직장인 7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승진을 희망하는 응답은 19.6%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와 같은 업종에 근무하되 회사를 바꾸고 싶다는 이직 희망자는 31.1%, 다른 업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전직 희망자는 30.4%에 달했다. 또 창업을 꿈꾸는 직장인도 8%였다. 전직 희망자는 많은 것에 반해 사내 부서 이동을 희망하는 사람은 4.8%에 불과해 아직까지 사내 부서 이동의 장벽이 높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투잡스족이 되고 싶다
현재 직장에서의 장래가 불투명하지만, 무작정 퇴사해 창업하기도 불안한 직장인들은 투잡스(two jobs)족으로의 변신을 지향하고 있다.
계명대 경영정보학과 김영문(金榮文) 교수가 최근 직장인 2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9%가 투잡스족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투잡스 희망자는 30대 이하 여성직장인이 40대 이상 남성 직장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해 신세대 직장인의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 교수는 "유가인상과 환율하락 등으로 올 경제전망이 밝지 않으면서 또 다시 대량 고용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 자기계발에 나선 직장인이나 투잡스 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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