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林東源) 대북 특사는 27일 오전 평양에 도착,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 등 북한 고위층과 회담을 가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쌍방은 현 시기 조선반도에 조성된 엄중한 정세와 북남관계 발전에 제기되는 호상 관심사를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회담은 동포애와 호상 이해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밝혀 첫날 회담부터 핵 문제와 함께 포괄적인 대북체제보장 및 지원책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정부 관계자는 이에 앞서 "임 특사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사전에 핵 문제에 대한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특사도 출발 기자회견에서 방북의 목적에 대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풀고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라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우려를 전달하고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얘기를 경청하고 돌아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 특사는 "핵 문제 해결에는 장시간이 소요된다"고 강조, 북한이 쉽게 핵 포기 선언이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등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사단은 우선 미국과 러시아 간에 논의되고 있는 '5+5' 다자협의체 등에 대한 김 국방위원장의 의견도 청취하는 등 북한측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측의 이종석(李鍾奭) 인수위원을 동행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의 큰 틀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북측에 확실히 인식시켜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위원은 이날 "대북 경제지원은 남북공동번영과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면서 다보스 회의에서 정동영(鄭東泳) 의원이 언급한 '한반도 마샬 플랜'의 실체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특히 "대북지원은 핵 문제가 해결되면 가능하다는 식의 흥정거리가 아니다"라고 못박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노 당선자측의 언급은 북한과의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결국 평양에서 임 특사는 북측에 핵문제에 대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고, 이 위원은 새 정부 출범 후 대북지원 등 당근을 약속하는 역할분담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일 외교에서 나타났던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선악분담이 다시 재현되는 셈이다.
특사 일행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3호기 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에 도착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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