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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북한 핵은 우리의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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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북한 핵은 우리의 핵?

입력
200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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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우리나라이고, 그래서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은 우리를 자기들의 속국인 양 생각합니다. 이라크가 핵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이 그렇게 쉽게 전쟁을 선포했을까요? 북한이 갖는 핵이 우리나라의 것이라 생각한다면 제 생각이 위험하거나 잘못인가요?" 위의 글은 북한의 핵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국일보 사설을 보고 어떤 독자가 인터넷 페이지에 띄운 것이다.물론 익명이긴 하지만 이런 글을 서슴없이 올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세상이 많이 변했고,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음을 반증한다. 한 모임에서 아는 고위검사를 만났을 때 이를 이야기했더니 그는 '요새 운동권 젊은이의 전형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해줬다.

반미감정은 그렇다치고 북한이 갖는 핵이 의당 우리나라 것이 된다는 생각은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을 뛰어 넘는 발상이다. 과연 북한의 핵무장은 이렇게 반미감정과 민족감정의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것인가. 북한이 핵무기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면 김정일은 민주정치체제를 가진 남한과 핵폭탄의 위력을 공유하려고 그 계획을 추진하는 것일까.

북한의 핵무장이 초래할 사태를 몇 사람의 전문가한테 물어보았더니 이 독자의 순진한 희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안보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우리 안보에 치명적으로 전략적 약점을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북한의 소규모 군사적 도발에도 대응 속도를 내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고도 참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북한이 핵을 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남한 국방 책임자들은 북한 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예상 못한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남북관계에서 북한은 남한을 의식하지 않고 대하게 되어 남북공존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북한과 협상할 때 커튼 뒤에서 북한의 핵 공갈에 몰리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남한의 공개된 여론과 북한의 압력 사이에 끼이는 사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사태변화는 남한 안에서 핵개발론을 불러 일으키거나 더욱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예속되는 사태로 되어 정치적 불안정이 커질 것이다. 이런 정치적 불안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쿠데타'를 부를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장에 단호한 이유는 잘 알려졌듯이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는 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 북한의 핵무장에 현실적 위험을 가장 느끼는 나라이다. 일본은 58년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두 개의 원자탄 공격을 받고 모두 20만명이 희생된 나라이다. 핵폭탄의 가공할 위력을 경험한 일본으로서는 북한의 핵무장을 방관할 수 없다. 미국은 일본의 핵무장을 묵인하거나,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북한 핵무장을 저지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마음 먹으면 북한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전략핵국가로 등장할 것이다. 일본의 핵무장화는 동북아의 안보환경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NPT체제도 유명무실화하게 된다. 동북아는 핵고삐가 풀리고 핵군비경쟁에 휘말려 들며 비록 남북한이 핵을 가진다 해도 전쟁위기에 돌입하면 선제공격의 목표가 되고 말 것이다. 비핵화된 한반도보다 훨씬 더 위험해 진다.

핵무장한 북한의 핵공갈과 핵물질 밀거래는 9·11테러에 당한 미국이 현실적 위험으로 느끼는 일이다. 일단 재처리하여 확보한 플루토늄을 추적하기는 어려우며 테러리스트의 수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은 염두에 두고 북한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세계는 그야말로 통제불능의 사태가 오며 한반도가 편할 수 없다.

북한 핵의 또 하나 문제점은 통일의 방해물이 될 수 있는 점이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은 핵보유국으로서 남북한이 통일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통일을 막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한국의 안보, 남북공존, 그리고 통일의 저해요인이다.

김 수 종 논설위원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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