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문동양사상연구원이 야심차게 기획한 '한국의 사상가 10인'(예문서원 발행) 시리즈 주자학 편이 최근 출간됐다. 지난해 초 불교사상 편으로 원효(元曉) 의천(義天) 지눌(知訥) 3권을 낸 데 이어 이번에는 퇴계 이황(退溪 李滉), 남명 조식(南冥 曺植), 율곡 이이(栗谷 李珥)를 조선 주자학의 대표 사상가로 선정해 각각 1권에 담았다.동양 사상 정리와 보급을 목적으로 1997년 말 출범한 연구원이 반년간지 '오늘의 동양사상'(7호까지 발행)에 이어 두 번째 기획으로 선보이고 있는 이 시리즈의 의미는 각별하다. 누락된 인물을 놓고 일부 논란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의 사상가를 불교 주자학 양명학 실학 동학의 5분야로 나누고 이중 대표 사상가 10인을 골랐다는 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연구원의 홍원식(계명대 교수) 연구위원장은 "철학적 위치가 탁월하고 영향력이 지대했으며, 연구물이 풍부한 점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책마다 해방 후 50여 년 생산된 관련 논문 가운데 해당 사상가의 면모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대표 논문 10편 정도를 주제별로 선별해 실어, 사상의 형성·발전 과정은 물론 연구 쟁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출간을 위해 새로 써서 실은 권두의 사상가 해제와 말미의 관련 연구물 목록은 퇴계나 율곡 정도를 제외하면 연구 성과 정리가 미진했던 국내 연구 풍토에서 더욱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주자학 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남명이 퇴계·율곡과 함께 조선 주자학의 대표로 꼽힌 점이다. 2001년 탄생 5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연구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일반인들에게 '학자 조식'은 아직 낯선 게 사실이다. 인조반정으로 몰락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편향 때문에 제대로 주목 받지 못했지만 남명은 퇴계와 선명히 대립하는 주자학 체계를 형성했고, 또 실천적 유학자였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홍 위원장은 설명했다.
먼저 나온 불교 사상 편은 반응이 좋다. '원효'는 지난해 학술원상을 받았으며, 1년 동안 2,000권 정도 팔려 한국 사상책 치고는 성공한 셈이다. 연구원은 양명학의 정제두, 실학의 정약용 최한기, 동학의 최제우 등 나머지 책을 올해 6월까지 완간할 계획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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